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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아웃도어는 미니스커트보다 섹시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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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호 28면

아직도 아웃도어를 아저씨들이 입는 옷이나 등산복 같은 말쯤으로 생각한다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거다. 최근 아웃도어는 캠핑·바이크 등 라이프·레저용 의류 부문을 흡수하며 급성장했다. 이제는 일상복이자 패션이 됐다. 연령대도 딱히 없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의 검은색 ‘프리 재킷’(일명 바람막이)은 ‘교복 위에 입는 또 다른 교복’이 됐다. 이 옷을 안 입으면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고 한다.

남편 옷 입고 등산 가는 시대는 끝났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2006년 1조원을 넘어선 지 4년 만이다. 매년 20% 넘게 급성장했다. 불황은 오히려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은 6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레드오션’ 속 ‘블루오션’
아웃도어 시장의 전체 파이가 매년 20%씩 커지니 나눠 먹을 것도 그만큼 많을 것 같다. 아웃도어 시장은 ‘블루오션(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미개척 시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뜯어보면 ‘레드오션(경쟁 치열로 참여 기업들이 이익을 거의 남기지 못하는 시장)’이다. 먹을 게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모여들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는 의류업계 큰손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일모직도 아웃도어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아웃도어 시장은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컬럼비아스포츠웨어·블랙야크 등 5개 브랜드가 60%를 점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영원무역 자회사인 골드윈코리아를 통해 199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래 2003년부터 7년째 부동의 1위를 점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와 K2의 2위와 3위 구도도 몇 년째 굳어진 상황이다.

기득권이 확실한 상황에서 제 몫을 찾자면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아웃도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블루오션이 여성용 시장이다. 아직 그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다는 얘기는 반대로 그만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등산 인구만 봐도 그렇다. 한국등산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등산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여성이 91년에는 응답자의 57%에 달했다. 그러나 2001년에는 그 비중이 34%, 2006년엔 23%로 줄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산에 오른다는 여성들도 91년 응답자의 7%에서 2006년에는 30%로 늘었다.

아웃도어 업체들의 여성 공략 전략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광고다. 허영호·박영석 등 전문 산악인이 주로 맡던 아웃도어 브랜드 광고에 최근엔 연예인, 특히 여성 탤런트들이 등장했다. 국내 최초의 여성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를 표방하고 나선 와일드로즈는 ‘바비인형’으로 불리는 한채영을 모델로 썼다. 노스페이스는 공효진, 코오롱스포츠는 이민정, 웨스트우드는 최강희를 모델로 쓰면서 아웃도어도 ‘패션’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성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도 강화했다.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코오롱스포츠의 컬처스테이션은 1층을 여성 전용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커트에 레깅스까지, 여성으로 돌아가라
여성용 아웃도어의 특징은 무엇보다 디자인이다. 기존 아웃도어가 주는 중성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게 관건이다. 아웃도어에도 여성복에서 나타나는 디테일과 착용감을 강조한다.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실루엣까지 생각한다. 날씬해 보이도록 허리에 절개선을 넣고 셔링·러플·레이스 등을 활용해 여성성을 살렸다. 노스페이스의 여성 전용 제품인 ‘블로썸(Blossom) 재킷’은 어깨 부분과 몸통 아랫부분에 비대칭 라인을 활용해 활동적인 느낌을 주고, 핸드 포켓과 자수 등을 활용해 포인트를 줬다. 차분한 색상을 중심으로 톤온톤(Tone On Tone·비슷한 계열의 색상을 조금씩 다르게 배치하는 것) 배색 처리를 해 여성스럽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성복에서 자주 활용하는 레이어드(겹쳐 입기) 개념도 도입했다. K2는 산악인 전문 브랜드 느낌이 강하지만 올 시즌에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과감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용 레이어드 스커트’와 ‘여성용 레깅스’. 아웃도어인 만큼 스커트는 앞 지퍼를 여닫아 편하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했다. 레깅스는 대나무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인 뱀부를 사용해 정전기 방지와 향균 기능을 강화해 쾌적하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바지도 스키니 스타일부터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9부 팬츠까지 다양하다. 코오롱스포츠의 ‘슬림핏 9부 팬츠’는 촉감이 부드럽고 신축성이 우수한 폴리스판덱스 소재를 사용해 입었을 때 편한 느낌을 준다. 땀을 잘 흡수하고 자외선을 차단하며 냉감 효과(착용 시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원단을 써 쾌적하고 시원하다. 이러한 아웃도어의 기능성에 더해 디자인도 깔끔해 회사 ‘캐주얼데이’에 입고 출근해도 될 정도다.

색상은 더 화려해졌다. 검은색이나 회색 대신 오렌지·노랑·연두·보라·파랑 등 화사한 색깔이 인기를 끌고 있다. 라푸마에서 내놓은 ‘고어텍스 2L 프로쉘 솔리드 재킷’은 광택감이 있는 원단으로 만든 빨강·노랑·파랑 등 선명한 세 가지 색깔 제품만 출시했다. 가슴 부분에는 절개선을 비대칭적으로 둬 활동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허리 라인을 살린 것은 물론이다.

‘가볍게’는 남성용·여성용을 떠나 모든 아웃도어 제품이 추구하는 바다. ‘입었을 때 옷이 얼마나 가벼운가’는 여성들에게 특히 중요한 선택 요소다. 등산 등 야외 활동은 체력 소모가 많아 에너지를 적게 소비할 수 있도록 옷이 가벼워야 한다. 그래서 아웃도어 업체들은 가벼운 소재 개발을 통해 제품 무게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올 시즌에는 디테일을 간소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울러 제품 자체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뿐 아니라 땀을 흘렸을 때 느끼는 체감 무게를 줄이기 위해 흡습속건(吸濕速乾·땀을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기능을 강화했다. 흡습속건 기능이 뛰어나고 원단 표면이 부드러운 메릴 소재를 쓴 티셔츠를 비롯해 대나무 가루를 원사에 혼합해 시원한 느낌을 강화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손준호 영업센터 부장은 “흡습속건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1g이라도 더 가벼운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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