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조건부 유감 표명 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해찬 국무총리가 8일 김원기 국회의장의 권고를 받아들여 여야가 합의하는 시기와 장소에 따라 야당 비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의 회담을 주선한 자리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적절한 방법으로 유감 표명을 하도록 종용하겠다"고 밝힌 뒤 이 총리에게 전화로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김 의장은 또 두 대표에게 "'좌경 집단' 또는 '극우 수구세력' 등 상대 정당의 정체성을 폄하, 훼손하는 발언을 국회에서 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겠다"고 말했다고 김기만 국회의장 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 총리는 김 의장과 전화 통화를 마친 뒤 "김 의장의 뜻을 알아들었다"면서 "시기와 장소 등 내가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여야 간 논의를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입장 표명을 하긴 하겠으나 시기와 장소는 여야 합의에 맡기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입장 표명의 시기와 장소는 여권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며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사과 수위와 관련, "이 총리의 사과가 '사죄'이길 바라며 재주를 부리고 꼼수 부리는 것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당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의원 전원이 찬성하지 않으면 등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한나라당은 뭘 해도 끝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끝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파행이 이번 주 수요일(10일)을 넘기면 안 된다는 게 지도부의 중론"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이 총리의 유감 표명 수위와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수용 여부, 열린우리당이 제기한 4대 입법안의 처리 방식 등에 대한 여야간 조율이 파행국회를 정상화하는 막판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강갑생.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