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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그린 위에서 함께 뛰는 언니·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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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자매는 용감했다’.

선전을 다짐하고 있는 박희영(왼쪽)-주영 자매. KLPGA투어의 새내기 박주영은 “언니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문승진 기자]

14일부터 제주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리는 KLPGA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 J골프 시리즈에서 돌풍을 예고하는 두 자매가 있다. 박희영(23)-박주영(20·이상 하나금융)과 조윤희(28·토마토저축은행)-조윤지(19·한솔)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각각 ‘가문의 영광’을 다짐하고 있다.

2008년부터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박희영은 15일 자메이카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를 건너뛰고 고국 팬들을 찾아왔다. 2004년 하이트컵 여자오픈 우승으로 프로에 뛰어든 박희영은 KLPGA투어 통산 3승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LPGA투어 우승은 없지만 지난해 2위를 두 차례 차지했다. 조윤희 역시 KLPGA투어 우승은 없지만 시원한 장타와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동생인 박주영과 조윤지는 각각 올 시즌 KLPGA투어의 새내기다. 박주영은 테니스 선수를 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다. 구력은 짧지만 강한 정신력과 뛰어난 쇼트게임 실력을 자랑한다. 박주영은 ‘2010 KLPGA투어 시드순위전’에서 42위로 올 시즌 출전권을 획득했다. 조윤지는 지난해 드림 투어(2부) 상금왕 자격(2승)으로 올 시즌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박희영-박주영 자매는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이 정반대다. 박희영이 물처럼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한다면 박주영은 불같이 화려한 플레이를 즐긴다. 박주영은 "언니와 나는 다르다. 터치 감은 타고나야 하는데 손 감각은 내가 언니보다 낫다. 언니를 뛰어 넘겠다”고 말했다. 언니 박희영은 “주영이가 골프를 늦게 시작해 경험이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크게 성공할 것이다. 나보다 연습도 많이 한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승부 근성은 무서울 정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을 역임한 조창수(61)씨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의 주역이었던 조혜정 (57)씨의 막내 딸로 태어난 조윤지는 부모로부터 스포츠 DNA를 물려받았다.

골프는 물론 쇼트트랙·수영·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했던 조윤지는 프로골퍼인 언니의 영향으로 강원도 원주 육민관중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를 시작한 그해 언더파를 기록한 뒤 프로골퍼인 언니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조윤희가 호탕한 성격이라면 조윤지는 외유내강형이다. 구질도 다르다. 언니 조윤희는 드로를, 동생 조윤지는 페이드를 선호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평소에는 절친한 자매 사이지만 필드에서는 냉정한 승부사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동생인 박주영과 조윤지는 특히 올 시즌 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주영은 "박희영의 동생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나만의 색깔을 나타내고 싶다. LPGA투어에서 언니와 함께 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윤지 역시 “팬들에게 누구의 동생이 아닌 조윤지로 기억되고 싶다. 지난해 2부 투어 상금왕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공교롭게도 똑같다. 박주영과 조윤지는 “공식대회에서 언니와 함께 연장전을 치러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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