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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도 없는 빈소 … 동료들이 빈자리 지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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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칠 노릇이지… 나 대신 석희가 가버린 셈이니.”

7일 인천시 송도가족사랑병원 장례식장. 천안함 유류품 수거작업에 나섰다가 외국 선박과 충돌해 침몰한 98금양호 사망자 2명의 시신이 안치된 이곳에 허름한 옷차림의 40대 남자가 연신 소주잔을 비우며 흐느꼈다. 98금양호 선원인 그는 사고 나흘 전인 3월 29일 휴가를 받아 배에서 내렸고, 대신 금양97호 선원인 허석희(33·실종)씨가 그 자리를 메웠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외로운 뱃사람들의 빈소에는 혈육이라 할 만한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 대신 험한 바다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동료 선원들이 빈자리를 지키며 더 많은 눈물을 뿌리고 있었다. 사고가 난 2일 밤에도 97금양호는 함께 쌍끌이 조업을 해 왔던 종선이 사라지자 해경과 함께 밤새 98금양호를 찾으러 다니다 기관 고장을 일으켜 표류하기도 했다. 97금양호 선장 김종영(41)씨는 6일 실종자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너무 죄송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98금양호 선원들은 하나같이 정을 준 여인도, 피붙이도 변변히 없는 외로운 뱃사람들이었다. 실종된 정봉조(49)씨의 누나 정모(62)씨는 “막내동생이 남긴 옷가지라도 챙기려 왔으나 허사”라며 한숨을 쉬었다. 뭍에 올라와도 일정한 주거지가 없이 여관이나 쪽방을 전전하다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다시 배를 타러 나가기 때문이다. 선원 9명 중 현재 혼인 상태에 있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사고 해역에서는 해경 구조선 수척이 일주일째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다. 인천수협의 한 관계자는 “충돌한 것으로 의심되는 캄보디아 화물선의 크기가 (98금양호보다) 15배나 커 충돌 직후 바로 가라앉았고 사고 시간이 취침시간이어서 실종자 대부분이 침실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선체를 인양해야 하지만 사고 해역이 수심 70m의 바다인 데다 6억∼7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없어 실종자 가족이나 친지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인천=임주리·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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