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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윤규상 예덕 상무사 두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고려시대 이후 1천년간 내려온 상인집단인 보부상(褓負商)조직의 명맥을 잇고 있는 70대 노인이 있다.

국내 유일의 보부상 조직인 예덕 상무사(禮德 商務社)의 두령 윤규상(尹圭相.76) 씨. 상무사는 봇짐.등짐 장수를 일컫는 보부상들의 조직(일종의 상인조합)으로 조선시대 말기에 생겼으나 상권을 장악하려는 일제의 탄압으로 해체됐다.

하지만 해방 직후 충남 예산군 덕산면 주민들이 예덕 상무사를 부활시켰다. 옛날처럼 봇짐과 등짐을 지고 다니며 상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덕 상무사 회원 1백여명은 보부상 활동을 보존.계승하기 위해 애써 왔다. 이들은 1850년대부터 쓰였던 지게.봇짐 등 30여점을 갖춘 유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尹씨는 삽교고등학교 교장이었던 1974년 예덕 상무사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상무사 관계자들에게서 보관하다 잃어버린 어람(御覽.임금의 옥새가 찍힌 용지)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상무사 접장(보부상 조직의 하위 책임자) 을 맡았다. 이후 그는 상무사 활동에 적극 참여해 80년에 최고 책임자인 두령이 됐다.

그는 어람을 찾지는 못했지만 보부상 놀이를 재현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 학교에 보부상 놀이 재현반을 만들어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토록 했다. 윤봉길 의사를 추모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매헌문화제에도 보부상 놀이를 등장시켰다.

그는 보부상의 유래를 담은 『예덕 상무사』 등 책 10여권을 썼다. 보부상 놀이는 보부상들의 각종 장부를 놓고 제사를 지내는 공문제와 영업행위를 재현하는 난전놀이 등으로 구성된다. 충남도는 이처럼 지역 정신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 최근 그를 '자랑스러운 충남인' 으로 선정했다.

47년 성균관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국학대 교수와 예산농고 교사 등을 지낸 尹씨는 "근면을 바탕으로 장래를 예측하며, 정확하게 판단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보부상의 전략을 기업인도 배워야 한다" 고 강조했다.

예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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