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근대 문화유산' 맞이 준비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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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문화재청의 '문화재 후보생' 맞이 준비가 활발하다. 구한말(舊韓末)과 1900년대 초반의 우리 역사 격동기에 지어진 건축.기념물을 문화재 후보군(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작업이 올해 2월 '등록문화재 제도 도입' 의 내용을 담은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가치로 인해 장차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큰 유산을 선정해 훼손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개정안이다. 이로써 근대의 역사.문화적 유산들이 보존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갖춰진 셈이다. 근대 건축물 등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국가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다.

문화재청은 올해 초부터 지정 필요성이 있는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전체 대상물은 총 2백8건으로 이 가운데 옛 배재학당 동관을 비롯한 7건이 시.도 지정문화재로 등록됐고 3건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1백98건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이 현재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문화재청 이승규(李勝奎)문화유산국장은 "근대문화유산은 성립 연대가 오래되지 않아 일반인들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며 "개발논리에 밀려 이들을 보존하지 못할 경우 근대의 문화적 유산들이 소실될 가능성이 커 지정 작업에 나선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근대문화유산의 대상은 크게 네 종류다. 건축물의 경우 역사.예술적 가치가 있는 주택과 사무소.공장.학교.등대.망루 등을 포함하며 산업구조물로는 교량과 터널.댐.굴뚝.담장.염전 등이 대상이다. 역사유적으로는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 들어갔으며, 역사적 인물의 생가와 거주지.활동 무대 등도 대상으로 올랐다.

이들은 시간적으로 19세기 말 서양문물의 유입시기로부터 1960년까지에 걸쳐 있으며 60년 이후의 것이라도 역사적인 의미가 큰 것은 지정 대상에 들어갔다.

대상 건수로는 서울시가 38건으로 가장 많고 대구가 30건으로 2위, 강원 28건, 전남 22건 순이다. 이 가운데 국유와 종교단체, 학교법인 소유의 건축물 등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개인 소유의 유산은 개발과 보존을 둘러싸고 정부와 소유자간에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소재 유산은 38년에 지어진 건축물로 김구(金九)선생의 거처였던 경교장(京橋莊)을 비롯, 3.1운동계획이 논의된 인사동의 승동교회, 옛 경기고교 본관인 정독도서관, 서울시청, 옛 체신부청사, 우리 여자교육의 산실인 이화여고 씸손기념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거주했던 돈암장, 서울공고 본관 등이 확정적이다.

부산의 대청동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임시수도기념관, 대구의 동산병원, 광복회 사무실로 쓰였던 조양회관, 인천의 중앙동 소재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 건물, 광주 양림동 수피아 여자중학교 본관 등도 유력한 후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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