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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교회 지식인들 계간 '새길' 창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개신교의 지식인 집단인 평신도 교회(새길교회)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길교회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평신도 교회, 즉 담임목사 없이 평신도들이 돌아가면 설교를 하고 예배를 보는 교회다. 교당도 없어 주일예배 때마다 서울 청담동 강남청소년회관을 빌려 쓰며, 아무런 교파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스스로 목회를 이끌어가는 평신도들은 대개 한국교회 목회자의 역할에 비판적 시각을 지닌 우리 사회의 최고 지식인들이다. 출석교인 1백20여명의 절반 이상이 학자들이며, 길희성(서강대.종교학).김용덕(서울대 동양사학과).권진관(성공회대 신학과).이주향(수원대 철학과).임동권(고려대 물리학과).정대현(이화여대 철학과)등 알려진 대학교수들도 적지않다.

1987년 교회를 만든 이래 14년간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꾸려온 이들이 지난 연초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을 창립한 데 이어 6월 말 계간지 '새길' 을 창간했다.

문화원이란 조직을 만든 것은 당초 현실적인 필요 때문이었다. 소속 교단이 없어 '임의단체' 에 불과한 평신도교회가 각종 봉사나 지원.증여.기부행위 등을 할 때 조직을 대표하는 법적 실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교회지만 소속교단이 없기에 불가피하게 문화원이란 형식을 빌린 것이다. 문화원의 운영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내기' 의 필요성이 제기돼 계간지를 만들었다.

서울대 김용덕 교수는 "교회내 풍부한 인적자원을 활용해 교회와 사회 발전에 뭔가를 기여하는 방안을 찾자는 취지에서 계간지를 만들기로 했다" 고 설명했다. 새길교회를 이끌어온 리더 중 한 사람인 길희성 교수가 계간지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김용덕 교수 외에 이주향.정대현 교수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창간주체들의 면모를 닮아 계간지 '새길' 의 내용은 상당히 묵직하면서 예리하다. 길희성 교수가 쓴 창간사 '생각하는 신자들이 있어야 한국 기독교가 산다' 부터가 그렇다.

"신앙이 모자라 탈이 아니라 바른 신앙이 자취를 감추기에 탈이며, '정통' 을 자처하는 신학이 없어서가 아니라 비판적 의식과 함께 가는 신학이 설 자리가 없어서 문제다. …끊임없이 고민하며 바른 신앙의 길을 걷고자 하는 소수의 남은 자가 있는 한 한국 기독교는 결코 희망의 등불이 꺼지지 않으리라 확신하면서…. "

개신교계 일부 교회의 상업화, 목회자의 권력화, 기복적.맹목적 신앙행태 등을 꾸짖으면서 '평신도들의 자각' 을 모든 문제의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시각이다 보니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을 상당히 수용하고 있으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을 모색하는 글이 많다.

박경미(이화여대 기독교학과)교수는 성경의 '빈 들' 을 노자의 '계곡' 개념에 비교해 설명하고 있으며, 기획토론 '인간복제-그 가능성와 위험성' 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편집부장 성영숙(작가)씨는 "새길교회 교인들만 아니라 외부의 많은 연구자들까지 필자로 확보, 우리의 주장만 알리는 잡지가 아니라 교회내 다양한 논의의 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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