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RB “초저금리 상당 기간 유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상당 기간(extended period)’이란 문구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

지난달 1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린 결론이다. 매달 미국의 금리정책 방향을 정하는 FOMC가 열릴 때마다 월가는 ‘상당 기간’이란 문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금융위기 이후 FRB는 0%에 가까운 초저금리 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표현을 써왔다. 그런데 최근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상당 기간’이란 문구가 머지않아 FOMC 성명에서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퍼졌다.

그러나 막상 3월 FOMC 회의록 뚜껑을 열어본 결과 FRB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 표현을 바꾸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들은 “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며, 이 기간은 만약 경기 회복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수록 연장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긴축 정책을 서두름으로써 생길 위험이 때를 놓칠 위험보다 크다”고 강조해 초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상당 기간’이란 표현이 앞으로 출구전략에 착수할 때 FRB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토머스 호니그 총재의 지적에 대해서도 다수 위원은 “(이 문구는) FRB가 출구전략에 착수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초저금리 정책이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부풀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자산 거품의 우려는 잘 통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FOMC는 다만 FRB가 시중에서 사들인 미국 국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 이를 연장하지 않고 상환 받는 방법으로 시중 유동자금을 흡수하는 방안은 검토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 전에 시중 여유자금을 빨아들일 새 통화정책 수단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