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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립학교장도 참여한 '사학법'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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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학단체 등의 대규모 가두집회가 어제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사학 관계자들은 물론 국공립 학교장들까지 가세함으로써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교육현장 전체의 문제로 확산됐다. 사학이 무너지면 공교육도 위협받게 되고, 교사회.학부모회 등 학내기구의 법제화는 국공립 학교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사학들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헌재에 헌법소원을 내고 학교를 자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연내 국회 통과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측은 전국 1934개 사립학교 가운데 87.5%인 1693곳이 이사회에서 학교 자진 폐쇄를 결의했다고 밝히고 있어 '교육대란'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여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눈치를 살피느라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전 인가 없이 학교를 폐쇄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엄포만 놓고 있다.

개정안에 대한 위헌 논란도 외면해선 안 된다. 사학들은 개정안이 학교법인의 재산권을 과잉 제한하고 사적 자치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강제함으로써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 정수(9명)의 3분의 1을 학교구성원이 추천한 인사로 임명토록 한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 규정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측은 교육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재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으며 법 개정이 입법권의 범위에 속해 위헌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여권이 그렇게 큰소리쳤던 수도 이전 특별법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지 않았는가.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사학들의 외침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학교를 교사회.학부모회.직원회 등이 주도권을 다투는 정치판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논란의 대상이 된 조항들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빼거나 고치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