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고발] 권·언갈등 끝은 어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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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세청이 29일 중앙 언론사 사장을 포함한 언론사주와 법인을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언론사 세무조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신문사별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세금 추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라는 '경제적 제재' 에 이어 언론사 사주와 법인에 대한 '사법적 단죄' 로 사태가 번질 것이기 때문이다.

29일 국세청의 검찰 고발은 일단 대부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조세포탈(조세범처벌법) 혐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숨긴 소득(탈루소득)을 어디에 썼는지를 밝혀낼 검찰 수사 과정에서 횡령(법인의 재산을 개인적으로 사용).외화밀반출 등 형사 범죄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언론사는 국세청의 발표 내용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 신문사에선 편집국 기자 총회를 열어 세무조사의 강압성과 검찰 고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집권 후반기에 권력과 언론의 마찰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 정권의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의 공세가 거세질 것이며, 정권 재창출을 의식하는 정권과의 마찰이 더욱 심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영룡 전남대 교수는 "과거 세무조사가 징벌 수단으로 이용돼온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 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세무조사의 취지에 관계없이 세금 추징과 처벌은 감수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세무조사 결과를 놓고 거래는 없었다" 면서 "세무조사나 검찰 고발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의신청이나 소송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추징세액을 먼저 납부해야 하는 신문사로선 경영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신문사의 자유로운 취재.편집.제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론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언론사 형편이 뻔한데 5천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언론사의 경영을 압박해 결과적으로 편집.제작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또 일부 방송사의 경우 추징세액이 고발 대상 신문사보다 적지 않은데도 고발 대상에서 빠진 것은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미 언론계에선 방송이 신문사를 싸잡아 비난하고 신문사간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비방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언론사의 편가르기로 독자와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주와 경영진의 개인 비리가 추가로 드러나면 해당 신문사뿐만 아니라 전체 언론의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동안 세무조사를 놓고 '언론 길들이기' 라는 주장과 '조세 정의 차원의 조사' 라는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소문이 무성했다. 조사 착수 직후부터 어디가 처벌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추징세액과 고발자 명단이 각사에 통보된 28일 저녁까지도 '어디가 들어가고 빠진다' 는 식의 말이 많았다. 따라서 언론사 고발에 따른 파문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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