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포항 북부해수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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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회사원 김현경(26 ·여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는 얼마전 친구들과 포항 북부해수욕장을 찾았다가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시커먼 생활하수가 백사장을 거쳐 바다로 그대로 흘러들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때문이다.

김씨는 "이러고도 어떻게 해수욕장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수욕장 개장을 10여일 앞두고 포항 북부해수욕장으로 흘러드는 생활하수가 또다시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시커먼' 현장=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북부해수욕장 북쪽 백사장엔 S자형의 소하천이 흐르고 있다.

너비 5m남짓의 하천엔 맑은 물이 아니라 시커먼 생활하수가 흘러내리고 있다.근처만 가도 역거운 시궁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생활하수는 곧바로 바다로 흘러든다.

인근 주민 이모(41 ·환호동)씨는 "그래도 비가 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더 심했을 것"이라며 "하수구만 보면 관광객들에게 민망할 지경"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수구 옆 바다에는 이를 모르는 일부 피서객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조개를 잡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주민들은 "처음 찾는 피서객들이 몰라서 그렇지 하수구를 본다면 바다에 들어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생활하수 방류 등의 영향으로 수년전부터 수질이 나빠져 해수욕장의 개장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심심찮게 일고 있다.이런 탓에 해안도로 옆 식당가에서 바다 풍경만 즐기는 피서객들이 늘어나 북부해수욕장이 '반쪽' 해수욕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생활하수가 원인=두호 ·장성동 일대가 아파트단지로 변했지만 포항시가 이 지역의 생활하수를 처리할 하수처리장을 짓지 못해서다.

포항시의 하수처리장은 1992년 착공해 99년 완공한 남구 상대동의 포항하수종말처리장 한곳뿐이다.이곳의 하루 처리용량은 8만t으로 하루 발생량 11만4천t에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3만4천여t의 생활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양학천·북부해수욕장 등을 통해 영일만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대책=포항시는 99년 영일만의 오염방지를 위해 2003년까지 2천억원을 들여 추가로 하수처리장을 짓기로 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보다 못한 포항시는 내년중 착공해 2005년 완공 목표로 하루 처리용량 16만8천t의 처리장을 짓기로 최근 결정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2006년이 되면 하루 하수발생량이 22만4천t에 이를 것으로 보여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곧 환경부에 계획서를 제출해 내년엔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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