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세무조사 공방 갈수록 거칠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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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상태는 26일 거친 평행선을 그었다.

한나라당은 "언론사 세무조사는 비판 언론을 제거해 모든 언론을 '민중언론화' 하려는 의도" 라고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은 "야당은 언론사의 탈세.비리를 옹호하는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 고 반박했다.

이날 한나라당은 박관용(朴寬用)부총재를 위원장으로 하는 '언론장악 저지 특위' 를 '언론자유 수호 비상대책위' 로 확대 개편했다. 민주당은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보도 내용 중 문제가 있을 경우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반론보도를 적극 요구하기로 했다.

◇ 한나라당=26일 '언론자유 수호 비상대책위' 와 당3역.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세청 세무조사는 언론 재편 뒤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현 정권의 전략" 이라는 입장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김기배(金杞培)총장이 주재한 회의가 끝난 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현 정부와 민주당이 언론을 '세금 도둑질한 파렴치 집단' 으로 여론몰이하는 것도 모자라 '최후의 독재권력' 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고 지적했다.

權대변인은 "이는 마녀사냥식으로 비판적 언론을 말살시키겠다는 대중 선동주의의 극치" 라면서 "구체적으로 '독재 권력=타도 대상' 이란 등식을 각인시켜 언론 타도를 위해 대중들은 총궐기하라는 공개적 선동과 다름없다" 고 비난했다.

비상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비판적 언론은 물론 모든 언론을 '민중(民衆)언론' 으로 만들기 위해 현 정권이 법과 제도를 고치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고 주장했다.

박관용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 압살(壓殺)행위는 세무조사 뒤 비판 언론인에 대한 제거작업으로 나타나고, 그런 뒤 야당을 죽이고 헌정질서의 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 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 투쟁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나왔던 '현 정권의 언론장악 문건' 과 관련된 배후 규명을 위해 국회 국정조사와 함께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비대위는 ▶ '언론압살 공작팀' 의 실체 여부▶특별세무사찰 의혹▶언론인 불법금융계좌 추적 의혹▶검찰.국세청 등 사정기관과 민주당의 연계의혹 등 여섯가지를 중점 파헤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언론압살 총백서' 발간, 특별당보 제작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민주당이 거부할 경우 28일부터 국회 본회의를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 민주당=26일 김중권(金重權)대표 주재로 당4역 회의를 열고 "야당의 정치공세를 적극 차단하되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신문.방송의 보도태도에 대해선 선별적으로 대응한다" 는 방침을 정했다.

당 기획조정위는 '언론기업 세무조사 관련 대응활동' 문건을 회의에 보고했다.

문건은 '언론사 조사와 당이 무관한 것으로 비춰져야 한다' 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이나 개별 의원 차원에서 언급을 하지 말라' 고 촉구했다.

문건은 '언론사주 구속설' 을 기정사실로 하고, '언론사주 구속 문제가 일단락될 기간은 향후 2~3개월' 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간 중 '일부 언론의 반발에 따른 보도가 객관적이지 않고 정부.여당과 대립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는 대책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문건은 '세무조사 결과의 공개를 주장하는 언론개혁 관련 시민단체들과 국민적 여론, 일부 언론사의 자진 공개방침 천명으로 조성된 분위기를 선도하라' 고 주문했다.

문건에는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치 않는 언론사의 신뢰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확산될 것' 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일부 언론의 편파.왜곡 보도 사례 및 특권의식과 초법적 행태 등에 대한 자료집도 발간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이날 민주당은 "대변인실.홍보국을 중심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균형잃은 보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했다" 고 밝혔다.

동시에 5건의 논평을 내 한나라당 이회창(李會昌)총재를 집중 공격했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야당이 세무조사와는 무관한 사항을 부풀려 정부.여당을 흠집내려는 의도로 정치공세에 매달리고 있다" 고 비난했다.

이양수.이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