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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부자가 나란히 시인 등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50대 후반 아버지와 고교생 아들이 중앙무대 문예지를 통해 나란히 시인이 됐다.

주인공은 늦깎이 문학도인 김병윤(57.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전남지부)씨와 동영(18.광주일고 3)군.

공식 데뷔는 아들이 약간 먼저 했다. 그가 올해 문예월간지 '문학21' (6월호)에 낸 시(詩) 다섯 편이 신인 당선작으로 뽑혔다.

출품작 가운데 '겨울밤' '바다의 교향곡' 등은 자연미와 소탈한 언어가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버지 金씨는 올해 '문학세계' (7월호)에 '저문 강에 새벽이 온다' '거대한 몸이 일어선다' 등 다섯편을 내 당선했다. 그는 지난 4월 용아 박용철 선생 추모 전국 백일장에서 '돌계단' 으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꼬마 시인' 으로 통했던 金씨는 시인이 되고 싶어 30여년간의 경찰 공무원 생활을 접고 1997년 명예퇴직했다. 이듬해 광주대 문예창작과에 입학, 나이 어린 급우들 틈에서 뼈를 깎는 습작으로 4년 만에 시인으로 거듭났다.

金씨는 "아들과 함께 등단해 기쁘다" 며 "사물을 보는 시각과 대상을 의인화하고 비유하는 시어(詩語) 수집력이 나보다 훨씬 뛰어난 동영이에게 생각나는 대로 시를 써보라고 했다" 고 말했다. 그는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자 시집을 펴낼 계획" 이라고 밝혔다.

교내 문학동아리 회원과 교지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인 金군은 "도공이 흙을 빚어 아름다운 도자기를 구워내듯 한편의 시를 쓰더라도 좋은 작품을 창작하겠다" 고 말했다.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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