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안영길-조훈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黑73의 건너붙임은 예정된 코스

제4보 (67~81)=전보의 마지막 수인 백△ 는 오후 대국의 첫 수. A가 항상 선수여서 잡히지 않는 돌이다. 근거를 빼앗긴 흑은 67로 달아난다.

그러나 68에서 曺9단은 신음소리를 내며 대 장고로 접어든다.

B로 미는 것은 나약한 속수인 데다 아래쪽 흑▲들도 슬슬 기분 나빠진다. 형세는 만만치 않은데 물러서기는 싫고 응징도 어렵다.

曺9단은 73으로 건너붙이는 수를 열심히 보고 있다. 그 수는 맥점임에 틀림없지만 엄청난 모험이라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B로 미는 수는 성격상 죽어도 두기 싫으니 어찌할 것인가.

장장 58분 만에 69, 71로 뜸을 들이더니 기어코 73의 건너붙임을 결행했다.

성격은 운명이라고 하던가. 그 말이 옳다면 기풍은 한판의 운명이다. 曺9단의 기풍을 생각한다면 73의 강수는 예정코스였던 셈이다.

73이 오면 74도 이 한수. '참고도' 백1로 끊는 것은 흑4까지 쉽게 망한다. 77이 C를 보고 있으므로 安4단은 78로 끊어 방비한다.

79로 관통하는 수는 참으로 기분좋다. 중앙을 크게 끊었을 뿐 아니라 선수. 백은 황급히 80에 가일수해야 한다.

얼핏 봐도 흑이 시원하다. 그런데 曺9단은 이 변화를 왜 그토록 망설였을까. 중앙이란 빈 껍데기이기 십상인 위태로운 물건이란 것을 曺9단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대변화는 끝나고 曺9단은 노타임으로 81에 두었다. 여기서 백의 다음 한 수가 매우 중요하다. 대세의 급소가 있는데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