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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열차, 나는 비행기를 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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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국 중원(허난·산시성) 지방의 핵심 도시인 정저우(鄭州)~시안(西安)을 오가는 항공편은 꽤 장사가 잘되는 노선이었다. 그런데 이 구간(505㎞)의 항공편이 최근 자취를 감췄다. 지난 2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다.

중국에서 고속철의 힘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특히 편도 500㎞ 안팎의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던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1만8000㎞에 달하는 고속철도망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일본 다이와증권의 애널리스트 켈빈 라우는 “2012년이면 고속철이 중국의 내륙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대만처럼 이동시간 2시간30분 이내의 노선은 상당수 승객을 고속철에 뺏긴다는 것이다.

항공편보다 고속철이 경쟁력이 있는 것은 편하기 때문이다. 공항은 주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고속철은 도심으로 바로 연결된다. 보안 검색을 비롯한 탑승 절차가 간단한 것도 고속철이 승객을 흡수하는 요인 중 하나다. SCMP는 2020년 중국 고속철망이 완공되면 기존 항공 노선의 80%를 대체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고속철은 한국에도 적잖은 부담이다. 풍부한 건설·운영 경험을 발판으로 중국 업체들이 세계 고속철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와 브라질 등이 고속철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도 운영 노하우에서 앞서 있는 한국의 비교우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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