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역사 대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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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연출.작곡가 김민기의 분신과 다름없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이 소극장을 벗어난다.

지난 17일 학전그린 공연을 마친 '지하철 1호선' 이 강남의 큰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LG아트센터와 공동 주최로 8월 18~9월 9일까지 공연한다.

공연장인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는 1천70석의 대극장. 여기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지하철 1호선' 의 소극장 공연사(史)는 1994년 초연 이후 8년, 총 1천1백18회만에 지난 주 일단 마감됐다. 이제 큰 무대로, 이어서 중국.일본 등 국제 무대로 훨훨 비상하는 것이다.

▶이제 '큰 물' 도 자신있다=LG아트센터 공연은 사실 국제 무대를 위한 사전 실험적 성격이 짙다. '지하철 1호선' 은 소극장 뮤지컬의 대명사처럼 이미지가 고정돼 있어 모험이기도 한데, 학전의 김민기 대표는 "인지도가 있어 실패보다는 성공확률이 훨씬 높다" 며 "순(純)대학로산이 바깥(강남)에서도 수확을 거둘 지 그 척도가 되는 무대다" 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런 성공예감에는 대학로 공연시 관객 설문조사가 뒷받침됐다. "보고싶지만 (소극장의)객석이 불편하다 해서 못봤다" 는 강남의 '준비된 관객' 들의 반응이 많았다. 보다 안락한 객석과 세련된 작품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역시 작품도 대극장용에 맞게 바뀐다. 내용은 그대로지만,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 무대미술과 의상 등 시각적인 면이다.

일단 소극장과 대극장은 거리감이 현격해 대폭적인 보완이 있을 예정.

의상은 95년 잠깐 봐주었던 김현숙(단국대) 교수가 새롭게 만들고, 무대미술(담당은 학전 스태프)도 손을 본다. 시대 변화의 내용을 담은 슬라이드는 프로젝터나 홀로그램 활용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출연자나 5인조 록밴드 '무임승차' 는 이전 그대로 승차한다. 다만 김대표는 "새 무대 조건에 맞는 연기의 표현력(조형화)이 가장 큰 관건" 이라며 "배우들과 내가 고민하면서 해결할 숙제" 라고 말했다.

▶세계도 '내 무대' 다=지난 4월 '지하철 1호선' 은 원작의 고향인 독일에도 다녀왔다. 베를린 그립스극장 공연은 독일 사람도 놀란 대성공이었다.

여세를 몰아 중국.일본 무대도 평정할 참이다. 공연일정이 확정돼 중국의 상하이(上海).베이징(北京)은 10월, 일본의 도쿄(東京).오사카(大阪).후쿠오카(福岡) 순회공연은 11월로 잡혔다. 거기서 우리 말로 신나게 공연할 생각이다.

특히 중국대외연출공사가 초청한 중국 공연은 중국에 진출한 세계 첫 뮤지컬이란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상하이는 '천섬경극중심일부무대' 에서, 베이징은 쑨원(孫文)의 처 쑹칭링(宋慶齡)이 설립한 '중국아동극장' 에서 공연한다.

공연장 시설이 마뜩치 않아 일체를 공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입장수입은 50:50으로 나눈다.

일본 공연은 그야말로 해외공연의 모범적 사례다. 일본 외무성 산하 '저팬 파운데이션' 초청으로 체제비.항공비.일비(배우들의 하루 용돈)는 물론, 공연료를 별도로 받는 조건이다.

번안.연출가의 저작료까지 보장해 주기로 했다. 도쿄는 분카무라 극장, 오사카는 드라마 시티 홀, 후쿠오카는 웨스트 시빅 센터에서 공연한다.

김대표는 "일본은 외국의 것을 제3의 시각에서 변용할 수 있다는 형식적인 면에서, 중국은 자본주의화에 따른 사회문제라는 주제적인 면에서 '지하철 1호선' 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며 "철저하게 준비해 우리의 색깔과 혼이 드러나는 공연을 보여주겠다" 고 다짐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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