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언론조사 공방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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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놓고 여야는 아침 당직자회의와 국회 본회의.문화관광위 등에서 거칠게 격돌했다. 강경발언이 잇따랐다.

한나라당은 '언론장악 시나리오에 따른 배후조종 의혹' 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비판을 '공작적 정치공세' 로 규정했다.

◇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총재는 총재단회의에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세무조사를 했다고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고 말했다. 李총재는 "현 정권의 실정(失政)이 구체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민심이 떠나가니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세무사찰을 가장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사의 탈세와 비리만 부각된다면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언론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했다. 최병렬(崔秉烈).이부영(李富榮)부총재도 "탈세.비리를 보호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되나 언론탄압 부분을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언론장악문건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 면서 "여권 내 배후 세력을 파헤치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기존의 언론장악저지특위를 확대 개편해 '언론압살의혹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특위' 를 구성, 배후 추적에 나서기로 했다.

◇ 민주당=확대간부회의에서 김중권(金重權)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의도를 갖고 세무조사를 지시한 것처럼 야당이 왜곡해 공격하고 있다" 고 반박했다. 회의 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부패한 언론기업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꽃피울 수 없다" 고 강조했다.

▶노무현(盧武鉉)고문=언론은 최후의 독재권력으로 남아 있다. 세무조사에 대한 야당의 공세나 일부 언론의 편향.왜곡보도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 민주주의와 개혁을 거부하고 특권적 지위를 계속 누리려는 수구세력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이회창 총재가 언론기업의 투명성 확보를 방해하려는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국민이 특정 언론이 자사 이기주의를 위해 별짓을 다한다는 인식이 형성될 때 세무조사의 승패가 가름될 것이다.

◇ 국회 본회의(5분발언)=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의원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말살하고 언론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음모가 담겨 있다" 며 "언론사에 대한 이 정권의 목조이기는 비판 언론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는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 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김경천(金敬天)의원은 "야당은 '세무조사가 언론 재갈물리기' 라고 발언하며 족벌언론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고 반박했다.

◇ 문광위=박종웅(朴鍾雄.한나라당)의원이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에게 일문일답식으로 따졌다.

- 언론 사주(社主) 구속설을 알고 있나. '언론문건 시나리오' 대로 진행된다.

"구속설은 아는 바 없다. 다른 시나리오 같은 것은 없다. "

-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나.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보고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

- 언론조사는 대통령의 지시 아닌가.

"대통령의 지침은 '법과 원칙 아래 국세청장이 처리하라' 는 것으로 안다. "

이양수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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