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계천 사업까지 퇴색시키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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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이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구속한 데 이어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 부시장은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으로 재직 당시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고도제한을 풀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2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대 교수 시절 청계천 복원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양 부시장은 서울시에 영입돼 복원사업을 총괄해 온 인물이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영장 내용처럼 돈거래에 굴비상자가 동원되고 집무실에서 억대의 통장과 외화 뭉칫돈이 발견된 것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양 부시장이 긴급 체포되던 날 "잘못이 있으면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던 반응과는 딴판이다. 청계천 복원 아이디어 제공 대가로 부시장 자리나 60억원을 약속했다는 구속 영장에 대해 이명박 시장은 "검찰의 코미디"라고 일축했다.

진실의 실체는 향후 재판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은 청계천 복원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10월 1일 완공을 앞둔 청계천 공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친환경 도심 재개발 사업이다. 그러나 주변 지주.상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고도제한 완화와 용적률 인센티브를 도입하면서 처음부터 비리가 잉태될 소지를 안고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청계천 복원에 79.6%나 찬성했던 서울 시민들도 실망이 크다. 맑은 물을 기대했던 복원공사 이면의 검은 거래 의혹이 드러나면서 배신감까지 느끼는 시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 자체를 비리의 온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검찰 역시 '이명박 때리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는 피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은 휴식공간 제공은 물론 서울 도심의 역사.문화 복원이란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로 그 의미까지 퇴색돼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