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고문 '설관', 이계철 전사장 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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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통신이 지난해 물러난 사장을 경영고문에 임명, 1억6천만원대의 연봉과 함께 4억원짜리 사무실을 사서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12월 사임한 이계철(李啓徹)사장을 올 1월 1일자로 '경영고문' 에 임명했다.

회사측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31평형 오피스텔 두 채를 4억원에 구입, 李고문이 사무실로 쓰도록 했다.

李고문에게는 사장 재직 중 타던 고급 승용차를 그대로 제공했으며, 기사와 여비서의 월급도 회사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이 연간 7억원 가량을 李고문 몫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 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모든 공기업에 "법률과 세무 등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고문직은 없애라" 고 통보한 바 있어 한국통신이 감사원의 지침을 어기고 고문을 위촉했다는 비난도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통신의 한 간부는 "회사 발전을 위해 李전사장의 노하우가 필요해 고문으로 영입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 노조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만 1천명 이상을 감원했고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 이라면서 "수억원씩 들여 퇴임 사장을 경영고문으로 모시면서 하위직에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고 주장했다.

한편 李씨를 고문으로 위촉하는 방안은 지난해 12월 李씨가 한국통신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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