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산사태 위험 14곳 "운전 아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국도 24호선 가지산 구간은 운전자들 사이에 마(魔)의 길로 소문나있다.

이 도로는 길 아래쪽은 보기에도 아찔한 낭떠러지이고 위쪽은 절벽에서 바위 ·흙더미가 언제 흘러내릴 지 모르기 때문이다.

흘러내리는 토사가 도로에 떨어지지 않도록 철골과 쇠그물을 설치해 놓았지만 바위 ·흙더미의 압력에 견디지 못해 불룩 튀어나온 지점도 10여 곳이나 된다.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린 지난 21일 새벽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 부근 길 언덕에서 바위·흙 20여t이 무너져 내렸다.바위 ·흙 일부는 철망을 찢고 도로를 덮쳤다.

붕괴 당시 지나던 차량이 없어 큰 사고는 없었지만 토사는 급커브 2차로 중 1개 차로를 막아 차량들이 급제동하는 등 사고의 위험이 높았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도유지건설사업소는 이날 오후 중장비를 동원해 도로에 쏟아진 돌 ·흙더미를 제거했다.

국토관리청은 무너진 지점의 지반이 약해 사고 재발 위험이 커 안전진단을 한 후 산사태 방지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이 도로는 이 사고지점뿐만 아니라 가지산의 대부분 구간이 사실상 낙석 ·산사태 위험지역이다.

특히 이 도로는 가지산 일대를 찾는 등산객과 울산∼밀양 ·부곡온천을 오가는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해 대형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산전리∼경남 밀양시 산내면 간 국도 24호선 가운데 낙석 ·산사태 위험이 높은 곳이 모두 14군데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무너져 내린 곳은 낙석 ·산사태 위험 조사대상에서 포함돼 있지않는 등 산사태 위험지역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조사된 낙석 ·산사태 위험지역만 보강하는 데만 5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국토관리청은 이 가운데 상북면 산전·덕현리 지역 등 4곳은 본격 장마철을 맞아 다음달부터 보강 공사에 들어가기로 해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있다.

나머지 위험지역은 내년 말까지 공사할 계획이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구체적인 공사일정을 못 잡고 있다.

이 도로는 경사가 가파르고 급커브가 많아 적은 눈·비에도 미끄럼 사고도 자주 발생해 대형 차량은 이 도로 이용을 기피하고 있다.

진영국도유지건설사업소 관계자는 “가지산 일대 국도 24호선은 특히 장마철에 낙석 ·산사태 사고 위험이 높아 도로순찰을 강화해 사고예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금의 국도 24호선 가지산 구간(석남터널) 대신 산 아래를 관통(울주군 상북면∼밀양시 산내면 간) 가지산터널(길이 4천5백80m)을 2007년 말까지 뚫을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심의 ·사업비 확보난 등으로 추진일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허상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