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맞는 '문화 콘텐츠' 개발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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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보통신 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으로 인터넷 등을 이용하는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게임.음반.영화.애니메이션.출판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이같은 기술적 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 콘텐츠 산업' 이라고 불리는 새 영역은 아날로그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되던 게임.음반.영화 등이 디지털식 정보통신 기술로 대체되는 것으로, '문화 기술(CT:Culture Technology)' 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기존의 방송.영화.음반.애니메이션.게임.출판 등이 정보통신 기술환경의 발전에 힘입어 각각 인터넷방송.디지털 영화.MP3.웹 애니메이션.온라인게임.전자책(e-book)으로 바뀌는 추세를 일컫는 것이다.

이같은 산업의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지난해 8천5백억 달러에서 2003년에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998년 2천억원에 불과했던 국내시장의 규모도 지난해 1조3천억원으로 성장했다.

문화관광부의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자본.노동 중심에서 지식과 창의력이 주도하는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며 "특히 문화콘텐츠산업은 미래 10대 산업의 하나로 나라의 발전을 좌우하는 국가적 과제이며 문화정체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에 해당한다" 고 말했다.

디지털 방송과 위성방송의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아직 열악하다. 새 방송이 시작되면 일반 채널이 1백개가 넘는 상황에 닥치는데 지금의 능력으로는 이들 채널의 내용을 채울 만한 알맹이, 즉 문화콘텐츠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2005년에는 약 4만 시간 분량의 콘텐츠 제작시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정보 인프라 환경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한 인구가 4백만명으로 인구대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인터넷 이용자수 또한 2천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매체의 발달을 뒷받침하기 위한 콘텐츠는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문화부의 관계자는 "세계시장과 우리 시장 현실과의 격차는 아직 크다" 며 "우리 문화산업 규모는 세계 시장의 1%에 불과하고, 영화와 비디오.게임 등에서는 외국상품이 국내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콘텐츠 개발 장비를 첨단화하기 위해서는 기초 기술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수익 전망이 불투명해 이 부분에 대한 투자가 극히 부진한 게 가장 큰 문제" 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개발인력의 80%가량이 고졸 학력 수준이며 전문대 이상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연간 9백명 미만으로 2005년까지 필요한 인력의 10%를 겨우 채울 정도에 불과하다.

업체 규모의 영세성과 전근대적인 유통 구조, 취약한 투자 규모, 기획.창작 분야의 인력 부족 등이 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애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문화콘텐츠 진흥원' 을 설립, 국가 차원의 지원체제를 가동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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