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그룹 예레미 세계 진출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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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한국의 독보적 프로그레시브 메탈 그룹 예레미가 세계를 향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지난달 일본 시장에 발매한 '플라잉 오브 이글' 이 한달 만에 2만여장이 판매되면서 일본 록.메탈 매니어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그룹이 일본에서 이처럼 많은 앨범을 판매한 것은 처음있는 일로 김연자.이박사 등 트로트 계열의 가수를 제외하면 본격 뮤지션으로는 단연 돋보이는 성취다.

일본의 대표적인 록.메탈음악 전문지 '번' 은 6월호에서 "아시아의 모든 메탈 밴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악곡 구성과 멜로디가 세련된 훌륭한 앨범으로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한다" 고 격찬했다.

예레미가 일본에 발매한 '플라잉…' 은 지난해 7월 한국에서 발표한 같은 이름의 3집을 영어 가사로 다시 만든 앨범이다. 이 앨범은 대만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다.

아시아권에서 가장 두터운 록.메탈 음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에서 이같은 성과를 거둠에 따라 예레미는 국내외를 넘나드는 활동 기반을 확고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레미는 프로그레시브록과 바로크 메탈에 팝 발라드와 국악을 접목시킨 수준높은 음악으로 국내 평론가와 매니어들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대중음악평론가 김경진씨는 "세계 수준의 외국 밴드와 비교할 때 믹싱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작곡 실력과 연주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영어 발음 등을 좀 더 보강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본다" 고 설명했다. 예레미는 리더 조필성 등 다섯 명으로 구성됐으며 1995년 결성한 이래 한 장의 라이브 앨범을 포함해 올해 초 발표한 3.5집까지 모두 다섯장의 앨범을 내놨다.

다음은 기타와 작곡.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리더 조필성과의 일문일답이다.

- 예레미가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이유는.

"일본 록시장은 펑크록이나 모던록보다 테크닉을 중시하는 정통 록.메탈이 주류다. 우리는 정통 록.메탈을 기반으로 동양적인 매력을 갖췄다. 그런 점이 높이 평가받는 것 같다. "

- 일본 평단의 평가에 대한 생각은.

"프로듀싱이 좀 약하지 않으냐는 평가엔 동의하기 어렵다. 3집 작업을 위해 영국의 유명 프로듀서와 작업도 해봤지만 결국 자체 프로듀싱을 다시 했다.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사운드 부분은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다음 앨범이 기대되는 그룹이라는 평가에 감사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발전하라는 채찍질로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

- 국내에는 겨룰 만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그룹이 없는데.

"이런 성향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장르 자체가 좁아 방송을 비롯한 많은 매체가 수용하기 어려워 아쉽다. "

- 3집의 타이틀곡 '본' 은 특히 아름다운 멜로디에 현악기 연주, 국악의 창(唱)을 접목하는 등 진보적이고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만한 요소가 많다. 대중성을 의식한 것인가, 아니면 음악적 지향인가.

"반반이다. 대중음악을 하면서 대중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대중이 예레미의 음악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길을 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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