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딸사랑 아버지 모임'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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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는 딸.아들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한 책임과 역할을 배워가도록 평등하게 키우겠습니다. "

"우리는 가정생활에 애정과 시간을 투자해 육아와 가사 등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열린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 '딸 사랑 아버지 선언' 중)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이 22일 서울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 모여 '딸 사랑 아버지' 모임 발족식을 가졌다. '딸을 사랑하자' 는 단순한 취지로 모인 것만은 아니다.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 평등한 남편상을 구현하자는 진보적인 뜻이 담겨있다.

정채기씨(한국남성학연구회 회장)와 정수복씨(사회운동연구소 소장)는 아들만 둔 아빠인데도 이 모임에 가장 적극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정채기씨는 "남자로 태어난 덕분에 집안에서 여동생들보다 호강하며 자란 기억이 있다" 며 "현재 아들만 하나 두고 있지만 '무릇 사내는 이래야 한다' 는 식의 전통적인 남성관을 심어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고 말했다.

정수복씨는 "1970년대 이후 여성의 평등의식이 크게 높아진 데 비해 남성의 의식이 변하지 않은 게 문제" 라며 "여성, 환경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지 않고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제는 남자 아이들에게도 평등의식을 가르쳐야 할 때" 라면서 "우리 집에서는 아들이 설겆이는 물론 쓰레기 분리 수거, 요리를 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고 말했다. 방송인 김종찬씨는 "이 모임을 작은 평화운동의 시작으로 보아달라" 고 당부했다.

"네 것, 내 것 가리기보다는 남성과 여성이 집안 일을 함께 하는 것이 평화롭게 사는 방법" 이라고 말한 그는 "남성과 여성은 협력하고 공유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 모임 회원들은 "가정 생활에서 책임을 분담하고, 남녀가 평등한 가족문화를 정립하겠다" 며 "남아 선호사상을 부추기고 불평등한 가족관계를 양산하는 호주제의 문제점을 알리는 데도 앞장설 것" 이라고 다짐했다.

시민.사회.노동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해 이세중.이찬진 변호사, 정유성 교수(서강대), 김민석 민주당 의원 등 각계 인사 1백15명이 이 모임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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