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서 '채택 전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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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년부터 사용될 일본 초.중교 교과서 채택 전시회가 22일 본격적으로 시작돼 다음달 말까지 열린다.

이 전시회는 법에 의해 교과서 채택 때마다 열리는 것이지만 올해는 역사왜곡으로 일본 국내외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후소샤(扶桑社)출판사의 중학교 역사교과서로 인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사이타마(埼玉)현 등 일부 지역은 법적 전시회에 앞서 별도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후소샤 교과서에 대해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도쿄(東京)에서는 이날 신주쿠(新宿).주오(中央)구 등 많은 지역자치단체가 구립교육센터 등에 전시장을 개설했다.

전시장에는 지난 4월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초.중교 교과서가 모두 전시돼 있었다. 전시 첫날인데다 근무일이어서 아직 교사.일반인들이 많이 찾지는 않았지만 주말에는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 내부에서는 우익교과서를 둘러싼 '채택전쟁' 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익교과서에 반대해온 시민단체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 21' 은 21일자 아사히(朝日)신문 28면에 '교과서가 위기에 몰려 있다' 는 제목 아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등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가 어린이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냈다. 시가(滋賀).야마가타(山形)현의 일교조는 우익교과서의 불채택운동을 벌이고 있다.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역사관련 19개 학회는 최근 우익교과서의 문제점 56개 항목을 담은 문서를 만들어 전국 시.구.정.촌(市區町村)교육위원회에 보냈다.

그러나 일본 문부과학성은 한국.중국 정부의 재수정 요구에 대해 한달 넘게 응답하지 않고 있어 "재수정이 물건너간 것 아니냐" 는 우려를 낳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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