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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받으려 줄서고 받고선 환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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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애플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가 출시된 3일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있는 한 애플스토어 입구에는 아이패드를 사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 [패서디나 신화=연합뉴스]

미국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애플 제품 전문매장과 가전 판매점 ‘베스트바이’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전날인 2일 오전부터 현지 일부 매장 앞에는 2007년 스마트폰 아이폰 출시 때처럼 침낭과 텐트 등 밤샘 도구를 챙겨와 머무르며 아이패드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오전 9시 매장 문이 열리자 줄지어 기다리던 이들은 박수 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도 이날 정오 무렵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팰로앨토 매장에 특유의 검은색 후드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부인, 딸과 함께 나타나 진열대를 둘러봤다. 20대 여성이 다가가 “아이패드를 좋아한다”고 웃자 “굿(Good)!”이라고 답했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실리콘밸리 샌타클래라에 있는 애플 매장 앞에서 새벽부터 문이 열리기를 줄 서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섰다. 워즈니악은 PC 전성기의 애플 컴퓨터를 설계한 엔니지어. 그는 아이패드에 대해 “생각보다 훌륭하다”며 “복잡한 PC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인터넷과 연결시켜 줄 제품”이라고 평했다.


◆써 보니…=출시 하루 전인 2일부터 미국 주요 언론과 블로거들은 사용 후기를 앞다퉈 발표했다. 화면이 화려하고 반응속도가 빠르다는 등의 좋은 평판이 종전보다 늘었다는 중론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보적 의견도 많았다. 우선 화면 속 가상 키보드에 대한 평가가 많이 엇갈렸다. 아이패드는 키보드를 화면에 띄워서 쓰게 돼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월트 모스버스 정보기술(IT) 전문기자는 “정확하고 빠르게 타이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 데 비해, 일부 전문가는 “불편했다”고 평했다. 햇빛 아래서 보기에 불편하다거나 680g이라는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웠다는 후기도 있었다.

하지만 게임·인터넷·동영상·전자책 등을 두루 할 수 있는 통합기기 챔피언 자리를 넘볼 만하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포그는 “책·음악·비디오·사진을 즐기는 데 이보다 더 편리한 것은 없을 것”라고 말했다. 배터리도 10시간 이상 버틸 수 있었다.

한국 내 관련 사이트에도 사용 후기가 잇따랐다. IT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의 ID ‘이너비스’는 ‘아이패드 4시간 사용 후 느낌들’이란 글에서 ‘액정화면(LCD)의 질이 좋다. 하지만 책을 오래 보면 눈이 피로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아이디 ‘노리찬’은 “한글 TXT·PDF를 통해서 한글을 읽는 데 지장이 없다. 한글 키보드 아직 안 되지만 곧 해결될 걸로 본다’고 했다.

◆지각 변동 몰고올까=일부 현지 언론이 ‘아이패드 판매 첫날인 3일에만 60만 대 이상 팔렸다’고 추정할 만큼 초기 판매는 호조 기미를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의 판매량 전망은 엇갈린다. 300만~600만 대가 보통이고, 후한 전망을 한 IT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700만 대, 2012년 2000만 대 이상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업계의 관심도 커진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플러리애널리틱스’는 최근 두 달간 개발을 시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22%가 아이패드용이었다고 전했다.

아이패드는 노트북과 휴대전화 사이의 넓은 간극을 메울 만한 멀티미디어 모바일 기기가 될 것으로 애플은 기대를 건다. LG경제연구원의 김영건 연구원은 “그동안 IT 기기 시장에서 태블릿PC와 전자책(e-북)·넷북 등이 선보여 백가쟁명했지만 진정한 강자는 없었다.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이들 기기 간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면서 강한 제품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는 아이패드 대중화의 기틀을 제공한다는 전망이다. 이번에 나온 와이파이 16기가바이트(GB) 아이패드 모델은 499달러로 PC보다 싸고, 3세대 이동통신용 모델도 AT&T를 통해 월 29.99달러에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한다.

미국 외에 일본·영국·캐나다 등 9개국에는 이달 중순 아이패드 와이파이 모델이 출시된다. 한국 상륙 일정은 미정이다. KT와 SK텔레콤 모두 도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익명을 원한 KT 관계자는 “아이폰의 경우 2007년 출시된 후 2년 뒤인 지난해 12월 국내에 들어왔다. 아이패드도 빨라야 하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애플이 메뉴를 한글화하고 국내 통신망에 맞는 기술 조건을 협의해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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