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문학 원본사진자료집’ 세 번째 책이다. 방 교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2006년부터 채만식의 친필 원고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현대어 본(本)도 함께 실어 책으로 묶는 작업을 해왔다. 친필 원고는 채만식의 아들 채계열씨가 소장해 온 것이다.
소설가 채만식의 미발표 방송소설 ‘일요일’의 첫 쪽. 채만식의 친필이다. 원고 표지에 ‘7월 29일 방송용 7월 27일 아침까지 검열을 부탁합니다’라는 문장이 일본어로 인쇄돼 있다. [예옥 제공]
200자 원고지에 채만식이 직접 쓴 ‘일요일’과 ‘유쾌한 고참’은 소품에 가깝다. ‘일요일’은 창씨개명한 주인공 마쓰모도가 일요일을 과장 집에 져주기 바둑을 두러 가거나 탐정소설을 읽으며 보내는 등 체제순응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표지에 ‘방송소설’이라고 써 있고, ‘7월 29일 방송용 7월 27일까지 검열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장이 일본어로 인쇄돼 있다. ‘유쾌한 고참’ 역시 일본인과 사이 좋게 지내는 30대 조선인 가장이 주인공이다.
방 교수는 해설에서 채만식이 1939년 시국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인 게 문제가 돼 두 달간의 구금을 경험한 후 일종의 ‘강요된 대일협력’에 나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채만식은 장편 『여인전기』 등 친일적인 작품을 남겼고 지난해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되기도 했다.
방 교수는 이번에 공개된 방송 원고들이 시대와 타협해야 했던 채만식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평범하고 유쾌한 삶에의 신념을 되풀이해서 밝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오히려 석연치 않는 내면을 은연중에 드러낸다는 것. 채만식 문학의 총체적 면모를 보여주는 데 유익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