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세무조사 발표… 여야 가파르게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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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일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에 여야는 가파르게 대치했다.

◇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 =한나라당은 당 언론장악저지특위(위원장 朴寬用)와 긴급 당직자회의를 열었다.

발표내용을 들은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추징금 규모가 언론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 이라며 "결국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 고 걱정했다고 총재실 관계자가 전했다.

언론특위는 성명에서 "대부분 적자경영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수준의 언론사 한 회사당 평균 2백2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 차원을 넘어선, 비판언론에 대한 말살(抹殺)" 이라고 주장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추징금을 제대로 내면 살아남을 언론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세무조사 결과가 예상대로 심각하다" 면서 "관행화된 무가지를 접대비로 간주, 7백억원을 징수키로 한 것은 문제" 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權대변인은 "시중에는 '모 언론사 사주 구속' 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며 "이 정권이 조세권을 악용해 특정언론들을 탄압.회유하는 표적사찰의 실체가 드러난다면 강력히 대처할 것" 이라고 말했다.

국회 문광위 박종웅(朴鍾雄)의원은 "언론을 탈세 등 불법을 저지르는 비리집단 내지 파렴치집단으로 몰아 언론사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그런 점을 부각하는 여론조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 주장했다.

◇ "법 위에 군림하는 성역 없어져"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언론이 치부의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 충격이다. 부당거래 등 교묘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 놀랍다" 고 말했다.

田대변인은 "국민의 정부에서는 어떤 기업도 법 위에 군림하는 성역은 없게 됐다"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田대변인은 "일부 언론들이 반성에 앞서 정부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며 "국민은 사회정의를 외면하는 언론을 용납하지 않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지해왔던 노무현(盧武鉉)고문은 "그동안 특권을 누려온 성역이 무너진 역사적 사건으로 의미가 크다" 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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