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에 질량" 물리학 혁명 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입자물리학 연구의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에너지만 있고 질량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지난 30년 동안 '유령입자' 로 불려온 중성미자(뉴트리노.neutrino)에 질량이 있음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관측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물질의 기본구조와 우주의 생성 및 진화를 규명하는 학문으로 이론적 발전을 거듭해온 입자물리학의 대전제를 무너뜨리는 획기적 발견이다.

캐나다 서드베리 중성미자관측소(SNO)는 18일 캐나다 물리학회에서 태양 중심부에서 핵융합으로 생성되는 중성미자 가운데 60%가 지구까지 오는 동안 형태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오직 질량을 가진 입자만이 형태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캐나다와 미국.영국 학자 1백여명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서드베리 니켈광산 지하갱도에 1천t 용량의 중수(重水)탱크를 설치하고 1999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중성미자를 관측,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 연구의 의미=인류는 물질이 도대체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에 관한 오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대문명의 상당부분은 자연계의 비밀을 일부나마 밝혀낸 이런 물리학의 성과에 힘입은 것이다.

입자물리학의 '표준이론' 은 모든 물질은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기본단위인 여섯 종류의 쿼크와 전자를 비롯한 경(輕)입자 여섯가지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가운데 경입자의 한 종류인 중성미자는 빛과 맞먹는 속도로 움직이며 질량을 갖지 않는 것으로 믿어져 왔으나 이번 관측결과로 '표준이론' 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남은 과제=노벨상급 연구로 평가되는 이번 실험을 계기로 중성미자를 둘러싼 연구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남은 과제는 중성미자의 질량을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주 전체의 질량을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우주의 운명을 예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에 바탕을 둔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의 질량이 특정한 임계치보다 크면 어느 순간에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중성미자의 질량이 0이어서 우주의 총질량이 임계치를 넘지 않아 우주는 영원히 팽창을 계속하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물리학자들은 70년대 초반부터 태양에서 나오는 중성미자의 수가 지구에 도달하는 동안 3분의1 가량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하고 원인규명을 위해 고심해왔다.

98년에는 일본 도쿄(東京)대학 중심의 공동연구팀이 기후(岐阜)현 가미오카(新岡)광산에서의 관측결과를 토대로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다고 발표했었다. 이 연구에는 한국의 김수봉(서울대)교수도 참여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