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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돈과 행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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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돈 없이는 행복도 없다. 속세(俗世)와 연을 끊을 셈이 아니라면 행복을 위해 얼마간의 돈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돈과 행복이 비례하는 건 아니다. 돈에 파묻혀 불행해진 사람도 많다.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행복하려면 도대체 돈이 얼마나 필요한 걸까.

영국 워릭대 연구팀이 1990년부터 10년간 매년 1만명의 영국인을 무작위로 뽑아 조사한 바로는 더도 덜도 아닌 1백만파운드(약18억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기준으로 백만장자의 반열에 막 들어선 백만장자 초년병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더라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1백만달러(약13억원)이상의 재산을 가진 백만장자가 전세계에 7백20만명이라고 전한다. 지난 97년의 5백20만명보다 2백만명이 늘어난 숫자다. 돈만 기준으로 보면 행복할 수 있는 신흥부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백만장자가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미국의 경영학 교수인 토머스 스탠리와 윌리엄 댄코는 미국의 백만장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지난 98년 『이웃집의 백만장자』란 책으로 출간했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에 따르면 미국 백만장자들의 평균연령은 57세로 다섯명 중 네명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고, 80%가 부모 도움 없이 자수성가했으며, 3분의 2가 주당 45~55시간씩 일을 하고, 50% 이상이 3백99달러가 넘는 양복이나 1백40달러 이상의 구두를 한번도 산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또 버는 돈의 15% 이상을 저축하고, 보통사람들이 수입의 12%를 세금으로 내는데 비해 2%만을 세금으로 내는 '절세(節稅)선수' 들이기도 하다.

스탠리와 댄코 교수는 백만장자의 길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판별하는 간단한 공식도 만들었다. 연간 세전소득에 자신의 나이를 곱하고 이를 10으로 나눈 액수의 2배보다 현재 보유한 순자산(총자산-부채)이 많으면 백만장자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50세 된 사람의 연간 세전소득이 8천만원이라면 최소한 8억원의 순자산은 보유하고 있어야 장차 백만장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이다.

돈이 주는 자유가 행복이라면 돈많은 '백수' 가 가장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없고, 화목한 가정이 없고, 건강이 없다면 억만장자인들 행복할 수 있을까. 스스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미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방글라데시 사람들이다.

배명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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