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깊이읽기 BOOK] 자신만만 CEO들, 헛발질 사례 살펴보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경영자 vs 마케터
알 리스·로라 리스 지음
최기철·이장우 옮김
흐름출판
341쪽, 1만6000원

1992년 펩시콜라는 투명한 색의 획기적인 콜라를 내놨다. 이름하여 ‘크리스털 펩시’. 이 회사 CEO(최고경영자)는 “내 생애 이보다 더 기막힌 아이디어는 없다”며 성공을 확신했다. 당시 미국에선 투명 화장품, 투명 치약, 투명 맥주 등 ‘투명’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분명 같은 맛인데도 소비자는 이를 외면했다. 불과 1년 뒤 이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20만 번의 시음 테스트를 거쳐 ‘뉴 코크’를 내놨던 코카콜라,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완벽한 제품 라인을 갖추려 했던 다임러-벤츠, 고급화를 지향하겠다며 1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매장에 내놨던 월마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CEO들은 자신감에 넘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했다. 모두 경영학 교과서에 실패 사례로 추가됐을 뿐이었다.

온갖 인재들이 모여 있는 세계적 기업에서도 왜 이런 헛발질이 나오는 것일까. 저자는 CEO와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간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주원인으로 꼽는다. 엄밀히 말해 ‘전쟁터 같은 이사회’(War in the boadroom-이 책의 원제다)에서 CMO가 찍소리 못하고 박살난 결과 이런 참극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다. 비용절감, 제품력 강화만을 우선시하는 CEO에게 계량화 안 된 CMO의 마케팅 플랜은 뜬구름 잡는 소리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CEO 가운데는 숫자·팩트로 의사를 결정하는 좌뇌형 인간이 많고, 마케터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상황을 판단하는 우뇌형 인간이 많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애당초 서로 궁합이 안 맞는 만남인 셈이다. 40여 년 마케팅 경력의 저자는 의도적으로 실제 성공·실패담 위주로 책을 풀어갔다. 관념적인 이야기만 떠들지 말고 구체적인 사례와 숫자를 가지고 CEO를 설득하라는 게 후배 마케터에 대한 그의 당부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