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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객석수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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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음악 공연장의 객석수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 문을 열었거나 신축 중인 세계 각국의 콘서트홀이 덩치보다 내실을 기하는 쪽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공연장이 부족하던 시절엔 많은 관객을 한꺼번에 수용하기 위해 3천석이 넘는 다목적홀이 인기였지만 이젠 '감상의 질' 을 따지는 시대가 왔다.

1950년 이후 개관한 대표적인 대형 공연장은 런던 로열페스티벌홀(2천9백1석), 필라델피아 아카데미 오브 뮤직(2천9백21석), 도쿄 NHK홀(3천6백77석), 세종문화회관(3천8백22석) 등으로 3천석 내외다. 세종문화회관은 78년 당시 통일주체국민회의 의사당을 겸한 다목적 공연장으로 설계돼 객석수가 늘어났다.

80년대 이후 개관한 콘서트홀은 대부분 1천~2천석 규모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1천9백석), 루체른 KKL 콘서트홀(1천8백40석), 도쿄 수미다트리포니홀(1천8백1석), 산토리홀(2천6석),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1천6백32석),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홀(2천20석), 오사카 심포니홀(1천7백4석), 댈러스 심포니홀(2천62석), 뮌헨필하모니홀(2천3백87석), 런던 바비칸홀(2천26석)….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2천37석), 빈 무지크페어라인(1천6백80석) 등 세계적으로 음향이 좋기로 소문난 공연장들도 대부분 2천석 미만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천6백석)도 1983년 자문위원회가 1천8백석을 제안했으나 "객석수가 적다는 이유로 공연기피 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경영적 측면의 요구에 따라" 8백석이 늘어났다. 객석수가 많을수록 음향이나 시각적인 측면에서 불리한 것은 물론이다.

스타급 연주자가 아닌 이상 객석 규모가 크다고 티켓 판매에서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관객이나 연주자들이 음향이 나쁜 공연장에 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케팅 비용이 더 들 뿐이다.

세계적인 공연장 음향 컨설턴트인 미국 ARTEC사 대표 러셀 존슨은 "최고의 음향을 유지하려면 객석수는 1천4백~1천5백석이 적합하다" 고 말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내년 상반기 6개월간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에 들어간다. 의자 간격과 통로를 넓혀 3천석 규모로 줄이면서 효과적인 음향 전달을 위해 벽면 마감을 교체할 계획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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