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하는 심정으로 시작, 마감 일주일전 분위기 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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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딜이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마무리한 샐러먼 스미스바니(SSB) 한국사무소의 안성은(安成殷)투자부문대표(상무)는 8개월 전 작업을 시작할 때 도박을 하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GDR 발행 작업을 최종 마무리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安대표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 GDR 청약규모가 늘어나리라곤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는데.

"해외보다 국내 시각이 더 비관적이었다. 막바지 일주일 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이닉스 경영진의 기업 설명이 아주 좋았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가 1억달러를 청약했고, 이름은 밝힐 순 없지만 월가에서 영향력이 큰 기관투자가가 2억달러를 투자한 게 도움이 됐다.

당초 계획한 하이일드채권의 경우 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이 B마이너스로 정크본드보다 낮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14% 이상의 금리를 요구해 취소하고 전부 GDR로 발행했다. 아쉬운 것은 청약마감일 직전에 미국 나스닥 시장이 폭락한 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청약규모가 5억~6억달러 더 늘었을 것이다. "

- 옵션인 15% 추가 발행은.

"청약을 모두 합치면 20억달러인데 조건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GDR 발행 이후 시장에서 하이닉스에 관심을 가질 자금을 남겨 놓아야 한다. 시장 상황을 봐 최종 배분일인 21일(뉴욕시간)에 결정하겠다. 추가 발행을 한다면 현재와 같은 조건으로 15% 전부를 발행할 생각이다. "

- 주로 어떤 자금이 투자했나.

"대부분 안정적인 장기 투자자들이다. 헤지펀드도 일부 들어왔지만 이들에게는 많이 배분하지 않을 생각이다. 뉴브리지 캐피털은 현대 계열주의 지분(19.3%) 매각 당시 후보였는데 협상이 깨졌다. "

- 현대 계열주 지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 문제가 앞으로 하이닉스의 경영권과 연결되리란 시각이 있는데.

"당초 협상했던 전략적 투자자 등이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해 깨졌다. 계열분리를 위해 현재 외환은행 계좌에 들어가 있다.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면 높은 가격에 공개 매각하겠다. GDR의 투자자들이 고루 분포돼 있어 현재로선 경영권 문제가 거론될 상황이 아니다. "

- GDR 발행이 성공한 요인을 꼽는다면.

"SSB의 세계적인 애널리스트 조너선 조셉이 반도체 경기를 좋게 전망한 것이 큰 힘이 됐다. 또 박종섭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좋았다. 시장을 정확하게 알고 설득하는 능력을 갖춘 경영진이다. 자랑같지만 SSB의 세일즈 능력도 성공 요인이 아닌가. "

- 앞으로 반도체 시장이 어떨까. 좋게 보는 조너선 조셉은 SSB 직원인데.

"애널리스트가 자기 회사의 다른 딜에 영향을 받는 일은 없지 않은가. 메릴린치나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경기를 부정적으로 봤다. 반도체 값은 당분간 옆걸음을 친 뒤 4분기에 오르다가 내년 1분기에 다시 하락한 뒤 2분기부터 상승할 것으로 본다. "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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