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앞으로 1년… 대구서도 준비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최근 컨페드컵 축구대회가 막을 내리면서 대구에서도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대회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중앙일보는 매일신문·대구시·월드컵시민운동협의회와 함께 지난 14일 대구시종합복지회관에서 4백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원봉사로 대구 이미지를 바꾸자’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주제발표: 월드컵 자원봉사와 살기 좋은 지역사회(박태영 대구대 교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끝난 뒤 조직위원회측은 “1만2천여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부터 비롯된 시민들의 자원봉사는 이제 국제스포츠잔치의 성공을 가름하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대구는 내년 월드컵에 이어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까지 예정돼 있어 자원봉사의 역할이 한층 더 크다.

다른 개최도시에서는 신청자가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는 데 반해 다행히 대구에서는 올초 모집을 시작한지 23일만에 6천여명을 넘겨 큰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들의 자발적인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봉사자들이 스스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 배치돼야 하고,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보상도 공평히 주어져야 한다.

또 담당공무원들이 자원봉사자들을 마구 대하는 태도도 크게 달라져야 하며 자원봉사자를 위한 휴식공간·탈의실·보관함 등의 편의시설도 마련돼야 한다.

이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월드컵대회 이후에도 지역사회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활동으로서 지속적으로 유도돼야 한다.

이는 자원봉사가 시민 개개인이 ‘선의에 바탕한 노력’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맞는 노력’을 지역사회에 보탠다는 의식을 지속적으로 일깨워 나가는 데서 가능할 것이다.

◇토론내용

◇서상호 주필=KDI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월드컵대회는 11조5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0만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8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 유치 외에 외환위기로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정치적이거나 투쟁 일변도의 시민운동 경향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를 위한 자발적인 시민운동을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모처럼 분위기가 조성된 자원봉사를 일회성 행사 활용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사기를 드높일 수 있는 사회적 예우가 마련돼야 하고 민간기구의 효율성과 성장성을 꺾을 수도 있는 행정당국의 간섭이 최대한 배제돼야 한다.

◇신인숙 위원=지난번 컨페드컵 축구대회 개막식에서 보여준 관중들의 관람질서는 대구시민들의 자긍심과 주인의식을 한껏 과시했다.

친절한 국민,청결한 도시,사회질서 등을 목표로 하는 월드컵문화시민운동은 시민 모두가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출발점이 된다.

일본의 개최도시인 오사카에서는 ‘오사카를 좋아하는 사람들’ 등의 자발적인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우리 동네는 우리가 청소한다’는 클린월드컵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은 줄서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질서의식과 내 주변부터 깨끗이 하는 환경운동 등 기초적인 시민의식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는 모두가 알고는 있으나 실천이 잘 되지 않는 기초적인 시민의식을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생활화하자는 것이다.

◇정재호 사무총장=88서울올림픽의 경우 자원봉사 활동이 대회의 성공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대회 이후 자원봉사의 생활화로는 연결시키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내년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자원봉사 활동의 SOC’를 구축하는 것이 큰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봉사를 생활화하자’는 구호에 앞서 단계적인 전략과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구시민들의 96%가 자원봉사 활동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참여 경험이 없어 거리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자원봉사 교육이 체계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문정석 부장=지난번 컨페드컵 축구대회를 평가해 보면 자원봉사 분야에서도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자원봉사 관리체계가 월드컵조직위와 자치단체로 이원화돼 있고 보상의 형평성 결여,담당 공무원과의 이질감,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그것이다.

우선 자원봉사자와 담당 공무원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화장실 청소 등의 기피업무는 과감히 특별채용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또 각 분야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현장 위주의 교육이 대회 전까지 지속돼야 할 것이다.

정기환 기자

<심포지엄 참석자>

주제발표

▶ 박태영 대구대 교수

토론

▶서상호 매일신문 주필

▶신인숙 월드컵시민운동 교육위원

▶정재호 가정복지회 사무총장

▶문정석 대구월드컵조직위 관리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