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메시지' 판문점서 교환… 생각은 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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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북한은 15일 오전 판문점을 통해 남북 장관급 회담 양측 수석대표 명의로 6.15 공동선언 발표 1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메시지를 전화통지문 형식으로 교환했다.

남측은 통지문에서 "하루 속히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남북관계 진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갈망하는 온 겨레와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할 것" 이라며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조속한 답방을 촉구했다.

남측은 또 "지난 한 해 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간의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인 통일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측은 "북남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민족 내부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 북남관계를 우리 민족의 의사와 이익에 맞게 풀어나가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이번 전화통지문은 지난 3월 5차 장관급 회담 무산통보 이후 남북 당국간에 처음으로 교환된 문건" 이라며 "양측이 공동선언을 이행하자고 한 것은 장관급 회담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의미이기 때문에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 메시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에 대한 우리측 요구에 언급하지 않으면서, 외세 배격 및 자주성을 강조한 것으로 미뤄 장관급 회담 조기 재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길재(柳吉在)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외세 배격 등을 명문화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면서 "따라서 북.미 대화가 원만히 진행되고, 북측이 남측과의 대화에서 경제적 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남북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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