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센트럴 파크에 퍼지는 우리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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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뉴욕의 여름은 야외공연의 계절이다.

뉴욕의 허파와도 같은 센트럴 파크의 녹지에서 한여름 밤에 열리는 야외공연은 더위에 찌든 뉴요커들의 심신을 달래주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더구나 야외공연 대부분이 무료여서 주머니가 얄팍한 아베크 족에겐 더할 나위없는 데이트 장소다. 이중 가장 유명한 곳이 센트럴 파크 북서쪽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잔디광장 그레이트 론.

뉴욕 문화의 상징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해마다 이맘때 무대를 링컨 센터에서 이곳으로 옮긴다.

올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19일 오후 8시 '센트럴 파크 그레이트 론' 에서 푸치니의 '토스카' 를 무대에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7월 6일 뉴저지주 몽클레어의 브룩데일 파크에서 열리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까지 약 3주간 순회공연에 돌입한다.

뉴욕 필하모닉은 7월 10일 오후 8시 레너드 번스타인 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을 필두로 센트럴 파크와 퀸스 커닝햄 파크 등지에서 두차례의 야외공연을 한다.

맨해튼 남쪽 배터리 파크 시티 허드슨 강변 야외축제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달 19일부터 7월 25일까지 열리는 이 공연은 허드슨강을 한눈에 내려다 보면서 연극.재즈.팝 등을 총망라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밴드샐 야외무대에서도 21일부터 벤 뮤니스태리 댄스 프로젝트, 라이스 맥 등 현대 무용단의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신문.잡지의 문화면을 가득 메우는 야외공연의 일정표 중엔 우리 전통문화 공연도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국악협회 미국 동부 지회는 지난 8일 센트럴 파크의 담로시 파크 야외무대에서 사물놀이와 풍물놀이.부채춤 등 다양한 우리의 전통가락을 뉴요커와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에게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여름 내내 클래식 음악.무용.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줄을 잇는 담로시 파크에서는 김덕수 사물놀이패.뉴욕 풍물단 등도 단골 출연자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현대 재즈의 본고장 뉴욕에서 국악 가락이 울려 퍼진다는 것은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한국 가락의 세계화가 뉴욕을 통해 뻗어나가길 기대해본다.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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