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한국 '빠른축구'로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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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축구는 걷는 축구(슬로 사커)' .

지난 4월 국내프로축구를 관전한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의 평가는 한국프로축구 판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를 비하했다" 는 의견들과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그의 평가가 한국 축구를 폄하한 것일까.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를 되새김질해보자. '일본은 잔칫집, 한국은 초상집' 이 된 대회를 통해 확인된 세계축구의 큰 흐름은 더욱 빨라진 템포였다. 어느 대륙팀을 막론하고 공.수의 폭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포메이션과 전술은 경기의 속도를 배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선진 축구란 무엇인가. 한층 빨라진 템포의 축구, 기술 축구, 공격 성향의 플레이를 말한다.

한국 축구는 '느린 축구' 에서 벗어나 프랑스가 보여줬던 21세기 축구의 모델인 '속도와의 전쟁' 을 선포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이기는 축구' 만을 고집하는 분위기가 지배한다면 한국 축구의 정체는 심화될 것이다. 이는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한국 프로축구 판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한국 축구는 산다.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이후 히딩크 감독의 무능과 책임을 거론하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 프로축구가 배양한 선수들의 능력이 모자라고 세계 축구의 흐름과 동떨어진 축구 문화가 대표팀의 예선 탈락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해야 한다.

내일 프로축구 정규리그가 개막한다. 프로축구는 한국 축구의 얼굴이다.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 벌이는 리그다.

프로축구 문화의 잘못된 점은 너무나 많다. 그 중 몇 가지만이라도 올 정규리그를 통해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먼저 고쳐야 할 점은 경기의 속도를 높이는 문제다. 경기의 빠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가로 패스를 줄이고 직선패스와 스루 패스를 많이 시도해야 한다. 이는 선수들에게 엄청난 체력 소모의 부담을 줄 것이다.

예년과 달리 주중 두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10개 팀 지도자들이 한국 축구 개혁의 주도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공동의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승패에 매달리지 말고 기술 축구를 바탕으로 한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상대 스트라이커를 묶기 위해 살인적인 태클을 하고 이도 모자라 손으로 잡고, 꼬집고 찌르는 거친 경기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심판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국제대회에 적용되는 룰과 프로축구에 적용되는 잣대가 달라 항상 국제대회에서 페널티킥을 주거나 퇴장당하는 사례는 프로축구 심판들이 원인을 제공했음을 깨우쳐야 한다.

세계 축구의 흐름은 골을 많이 양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는 공격자를 보호하는 룰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신문선<본지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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