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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 발굴을 최고제품 + α로 시장 리더십 갖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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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양 위주의 점유율 확대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를 발굴합시다.”

삼성전자 최지성(59·사진) 대표이사 사장은 1일 사내 TV방송 담화를 통해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했다. 주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고 리더십을 확고히 하자’는 것. 지난달 하순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진짜 위기’ 발언을 한 뒤 대표이사의 첫 지침이다. 최 사장은 1년에 네 번가량 사내 TV방송으로 전 직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최 사장은 ‘새로운 가치’에 부합한 혁신 제품으로 지난해 새 시장을 창출한 발광다이오드(LED) TV와 ‘셀카’ 촬영에 적합한 듀얼 뷰 디지털카메라를 꼽았다. 종전에는 경쟁사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최고 품질에다 시장 리더십을 유지할 만한 ‘플러스 알파’까지 가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생산자가 아닌 고객 입장에서 찾아내라는 주문이다. 일본의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가 시장 확대에 목을 매다가 고객 안전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맞은 것이 반면교사가 됐다.

최 사장은 “시장의 좋은 정보와 아이디어가 상품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부서 간에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원가가 오르고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고객의 요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애플이 보여준 ‘소프트파워’ 전략도 언급했다. 다양한 고객의 솔루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소프트웨어(SW)와 서비스의 공용 플랫폼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는 부품에서 세트(완제품)까지 전 부문의 라인업을 갖췄다. 이런 장점을 살려 휴대전화·TV·컴퓨터 등에 공통으로 활용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일관된 사용자환경(UI) 안에서 고객들이 편하게 콘텐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사업 체질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SW와 콘텐트 친화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노력으로 창조적 혁신을 체질화할 때 삼성전자의 ‘비전 2020’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전 2020이란 10년 뒤 연매출 4000억 달러를 이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압도적 1위와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LCD·휴대전화·TV 등 분야에서 첨단 제품 개발과 발 빠른 마케팅으로 지난해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동시에 돌파하는 대업을 이뤘다.

하지만 일사불란한 기업문화 속에서 시장에서 잘 팔릴 만한 물건을 가장 먼저 내놓는 데 주력하다 보니 창의적 제품이나 ‘소프트 인재’를 육성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급성장하는 스마트폰과 3차원(3D) 입체 TV 시장에서 리더업체가 되려면 기업문화를 좀 더 ‘말랑말랑하게’ 하는 것이 숙제였다.

최 사장도 지난해 가을부터 일하는 문화 바꾸기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중간간부 620명을 이례적으로 발탁 승진시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과장급 이하 사원이라도 좋은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면 팀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연봉 산정 베이스(기준)가 내려가지 않는 누적방식의 연봉제를 도입하고 평가제도를 8단계에서 5단계로 간소화하는 등 깐깐한 평가제도를 다소 완화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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