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러시아 정상 공동성명 청와대서 경위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2월 한.러 정상회담 당시 공동성명에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 과 관련된 조항이 삽입된 것과 관련, 청와대가 경위조사를 벌인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특히 '청와대가 외교통상부 실무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에 대한 문책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이를 8월 외교부 인사를 둘러싼 자료 유출로 보고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철저하게 진상조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청와대 당국자는 이날 "지난 3월 개각 이후 한승수(韓昇洙)장관이 외교부에 맡겨달라고 해서 조사를 중단했다. 따라서 외교부에서 온 문서도, 청와대에서 작성한 보고서도 없다" 고 밝혀 '외교부 내 알력설' 을 뒷받침하고 있다.

외교부도 해명자료를 통해 "외교부 감사관실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성명문안의 구체적 내용, 작성 경위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는 실시했으나 이 보고서에도 실무책임자를 거명하지 않았다" 고 밝혔다.

따라서 외교부 정기인사를 앞두고 특정 보직을 노리는 인사들이 '언론에 흘리기' 를 통해 ABM을 둘러싼 책임논란을 다시 불거지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해외공관 감축 등으로 현재 인사적체가 워낙 심하다보니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면서 "누군가가 정식으로 처리안된 관련자료를 유출했다면 책임을 져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2월과 8월 공관장을 포함한 본부 국.과장 등에 대한 정기인사를 단행하는데, 한.미 외무장관 회담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한승수 장관이 14일 귀국하면 8월 정기인사 내정자가 확정될 예정이었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