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교수 의문의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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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3일 오전 3시10분쯤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J빌라트 앞에서 계명대 신현직(申鉉直.47.공법학과.사진)교수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같은 대학의 교수인 부인(47)에 따르면 申교수는 숨지기 직전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 정리해 줘" 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申교수가 집필실로 사용해온 J빌라트 책상 위에서는 "정말 끝낼까? 그것만이 답이다" 라고 쓴 메모와 먹다 남은 인삼주 병이 발견됐다.

부인은 경찰에서 "깊게 관여한 학교.시민단체 일 등으로 심한 압박감을 받아왔고, 술을 많이 마신 뒤에는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 고 진술했다.

이 대학 교수들은 申교수가 1995~97년 교수협의회 부의장을 맡아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동료 교수 9명이 해임되는 등 상처가 컸으나 이들이 복직되지 않는 등 사태가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 점을 크게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申교수는 또 지난해 총선 때는 대구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최근에는 새 대구.경북시민회의 운영위원장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여왔다.

경찰은 유족 등의 진술로 미뤄 申교수가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투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위에서 "일제시대 때 태어났으면 독립운동을 했을 정도로 강직하다" 는 평을 받아온 申교수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82년부터 계명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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