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파업도 파장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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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일부터 시작된 병원파업은 이날 오후를 고비로 수그러들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병원파업이 금명간에 종료되리란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사립대 병원들은 대부분 파업을 풀었다.

이번 병원파업을 총괄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른 시일 안에 파업을 철회해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는 쪽으로 기조를 잡고 있다" 고 말했다.

13일 파업에 돌입한 5개 국립대 병원 중 경북대를 제외한 나머지 병원도 '퇴직금 누진제 폐지 철회' 라는 암초에 걸려 난항을 겪고 있지만 그것이 본질 문제는 아니다.

이날 파업을 푼 경북대병원 노조는 이 문제를 추후 협의하기로 하는 선에서 실마리를 풀었다. 다만 서울대병원 노조가 퇴직금누진제 폐지 철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병원파업이 예상과 달리 그런대로 일찍 타결 국면에 접어든 것은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들이 임금과 구조조정 문제라는 현실적인 문제말고는 명분 축적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상당히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였지만 역으로 그때문에 문제를 쉽게 풀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노조가 요구한 직권중재 제도 철폐와 산별교섭 법제화, 공공의료와 건강보험제도 근본대책 수립은 개별 병원들이 들어줄 수 없는 사항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병원노조는 노사협약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익사업인 병원은 파업에 들어갈 수 없다는 직권중재 조항도 고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가하면 산별교섭을 법으로 보장하는 문제도 들고 나왔다. 병원을 대표하는 병원협회 등과 직접 교섭을 벌일 수 있도록 차제에 법적 보장을 받아내야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노조는 최근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안정 종합대책도 문제삼았다. 부당.허위청구 근절과 병원 경영투명성 확보 등 핵심 문제를 배제한 채 본인부담금만 인상하는 땜질식 처방이라며 근본대책을 요구했다.

협의 당사자인 개별 병원들이 들어주려고 해야 들어줄 수 없는 사항들이었다. 그러다보니 결국 문제는 임금 문제와 구조조정 문제로 귀결됐다.

타결을 본 대부분의 사립대 병원들은 결국 임금을 7~8% 인상하는 선에서 다른 문제들까지 함께 해결을 보았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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