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활 이렇게 한다] 한국에이프런 이승목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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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앞치마를 두른 남자'

앞치마 온라인 판매 회사인 한국에이프런(http://www.apchima.com)의 이승목(45.사진)대표는 백화점 의류판매 분야의 베테랑 출신이다.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에 발을 들여 놓은 후 대전.이리 백화점 영업부장을 거치는 등 18년간 백화점 영업분야에 몸담았다.

그러나 그 역시 환란(換亂)의 파고를 비켜서지 못했다. 1998년 1월 부산 신세화백화점 서울사무소장 때 영업점장 회의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휴대폰으로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실직자 대상의 '관광영어 통역과정' 에 들어가 영어를 익히다 앞치마 판매 사업에 뛰어 들었다.

李 대표는 "창업 직전에 담력을 키우기 위해 길거리에서 수박 장사를 했다" 며 "국산 앞치마를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키우는 것이 꿈" 이라고 말했다.

◇ 병마와 싸운 직장생활=李대표는 81년 롯데백화점 입사 이후 매년 주어진 매출목표보다 많은 실적을 올려 회사에서 주목받는 사원이었다.

그러나 금전등록기를 들고 18층 계단을 뛰어 내려오다 허리를 다쳐 병가를 여러차례 냈고 폐결핵을 앓기도 했다.

그는 롯데백화점에 근무 할 때 아시아나 항공에 기내용 앞치마의 납품을 기획하면서 앞치마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원단사업을 하는 친구가 "일본의 앞치마 시장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른다" 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李대표는 백화점판매 분야와 상품기획 능력을 눈여겨 본 지방백화점에 스카웃되면서 '앞치마 사업' 은 뒤로 미뤘다.

◇ 다시 찾은 앞치마=실직후 신흥대에서 관광통역용 영어를 배우던 李대표는 옆 강의실을 우연히 찾아 갔다가 인터넷 도메인 강의를 엿듣고 곧바로 '에이프런' 이란 이름의 도메인을 바로 등록했다.

李대표는 "앞치마 사업에 관심은 있었으나 미처 손을 대지 못하다가 도메인 강의를 듣고 '바로 이거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 말했다.

그는 사업준비를 위해 국내시장을 둘러 봤으나 이렇다 할 사업 자료를 구하지 못해 일본 오사카 앞치마상품 전시회에 참석하는 등 앞치마 디자인과 유통과정을 익혔다.

국내에 앞치마 전문매장이 따로 없는 것에 착안해 당장 가게를 열려고 했다. 그러나 투자부담을 줄이기위해 등록해둔 도메인을 사용, 지난해 2월부터 인터넷 판매에 나섰다.

그의 앞치마사업은 원단을 사 직접 재단하고 재봉일은 동네 주부들에게 맡기는 가내수공업 형태를 띠고 있다.

인터넷 주문량에 맞춰 적정수준의 재고량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올초 미국의 한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대규모 주문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 했고 백화점 납품도 않고 있다.

李 대표는 "대량 생산을 하려면 자금이 많이 플요해 한걸음씩 사업을 늘려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 전자파 차단 앞치마 개발=올 2월 李대표는 임산부용 앞치마를 내놨다. 전자파가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니켈과 구리로 도금된 특수 원단으로 만든 제품이다.

이 제품은 매달 1백장씩 판매되는 등 창업 1년여만에 월매출이 1천만원을 넘어섰다. 또 삼성에버랜드 등 일반업체들의 판촉용으로도 납품해 점차 사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李대표는 "앞으로 단청.북.연 등의 우리나라 전통문양을 본 뜬 한국형 앞치마를 만들겠다" 고 말했다. 그는 이를위해 '사임당' . '새댁' . '맥' 등의 상표를 등록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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