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분석 결과] 근로자 열명중 한명만 노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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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 근로자 가운데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은 얼마나 될까.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1989년 19.8%에 달했던 노조조직률은 이후 계속 떨어져 99년 11.9%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말에는 10%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근로자 열명 중 조합원은 한명 정도라는 것이다.

◇ 조직률 왜 감소하나〓노조 조합원수는 민주화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89년 1백93만2천여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이후 98년까지 해마다 수만명씩 줄었다.

99년 말 기준 노동조합은 5천6백37개로 98년 말보다 77개(1.4%) 늘었고, 조합원수도 1백48만1천명으로 7만8천7백26명(5.6%)이 증가했다.

조합원 증가분에는 99년 교원노조가 인정됨에 따라 전교조에 가입한 8만7천여명의 조합원이 새로 들어 왔다. 이 몫을 빼면 사실상 노조원수 감소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 산하 노동연구원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런 추세에 따라 지난해 말 노조원수가 98년 수준인 1백40여만명으로 떨어져 노조조직률이 10%대로 내려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기업 진출이 크게 늘면서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로 노조원이 빠져나간 데다 제조업 근로자 감소, 노조가 거의 없는 50인 이하 벤처기업 증가 등의 현상이 중요한 원인" 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는 노조조직률 하락세가 이어져 10%대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며 "다만 앞으로 양대 노총이 주장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해지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 그래도 반복되는 대형 파업〓노조 조직률은 하락하는데 해마다 대형 분규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총 분석에 따르면 5백명 이상 직원을 둔 대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70%선이다.

99년 말까지 조합 규모별로는 5백인 이상 대규모 노동조합이 4백8개, 1백만8천여명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50인 미만 소규모 노조는 2천2백56개지만 노조원수가 4만4천여명(3%)에 불과하다.

열명 중 한명꼴인 노조원수에 비해 해마다 총파업 등 노조의 힘이 부각되는 것은 바로 조직이 잘된 대기업 노조가 분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30대 그룹중 삼성.두산 등 몇개 그룹을 제외하곤 대부분 노조가 조직돼 있으며, 가입률도 60% 이상이다.

◇ 강경 투쟁의 배경〓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을 주도하면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체제 반대와 국가보안법 철폐 등 정치적 이슈를 내세웠다. 또 효성 울산공장과 항공사 분규 등은 지난해보다 투쟁 강도가 훨씬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총은 최근 민주노총의 이같은 강성 투쟁이 기본적으로는 노조조직률 하락을 커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직률 하락이 노조의 세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사회적 이슈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회적 파장이 큰 사업장에서 강성 투쟁을 벌이는 일종의 '거점시위'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측은 "노조원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많아 조직화만 제대로 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이라며 "최근의 강경 시위는 기업 오너와 정치인의 부패, 빈부격차 확대 등이 근본 원인" 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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