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블레어는 전화 고이즈미는 담화 시라크는 친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각국 정상의 축하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와의 친밀도에 따라 축하방식이 달랐다. 반가워 직접 전화기를 든 사람도 있지만 인사치레 축전에 그친 이도 있다. 또 축하의 말과 함께 재빨리 양국 현안을 챙기려는 실리파도 눈에 띈다. 반면 부시의 낙선을 갈망했던 일부 이슬람권에선 악담을 토해내고 있다.

◆ 전화=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가장 빨리 부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블레어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패배 승복이 있기 전 이미 부시에게 재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재선이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점에 이뤄졌다"며 먼저 부시 당선에 세계사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영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모든 협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해 '충성'에 가까운 우정을 강조했다. 블레어만큼이나 부시에 협력적인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도 직접 전화해 축하의 뜻을 표했다. 하워드는 10분간이나 통화하며 부시의 재선을 "반테러 투쟁의 승리"로 치켜세웠다. 하워드는 내년 초로 예정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에 변화가 없음을 부시로부터 다짐받는 소득을 올렸다.

◆ 서한=이라크 문제를 놓고 부시와 격심한 갈등을 빚었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친서를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나는 프랑스 국민을 대신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정중한 내용이다.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바라는'성의'가 한껏 배어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국민 80%가 케리를 지지할 정도로 반(反)부시 정서가 짙은 프랑스의 고민이 시라크의 서한에 그대로 녹아있다는 지적이다.

◆ 축전=각국 정상이 가장 많이 택한 방식이다.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은 "중.미 양국은 모두 위대한 국가로 함께 중.미 양국 인민과 세계 인민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중국의 심리가 읽히는 축전이다. 이라크전으로 미국과 불편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축하"라는 축전을 택했다.

◆ 담화나 성명=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4일 오전 담화를 발표했다.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하고 싶었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고이즈미는 "일.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고 북핵 문제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 국민이 겁먹지 않고 정확한 선택을 했다"고 부시 재선에 의미를 부여했다. 병상의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는 측근을 통해 축하와 함께 "정책을 바꾸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부시에게 외면당해온 섭섭함을 드러냈다. 한편 동남아 이슬람 무장단체의 정신적 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는 "부시의 승리는 미국에 또 한차례의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는 악담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자카르타의 한 호텔 폭발 테러 혐의로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유상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