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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황제들 여름 휴양지 '청더' 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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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동북쪽으로 두세 시간쯤 차를 달리면 청더(承德)라는 도시에 이른다. 청(淸)나라 황제들이 무더운 베이징의 여름을 피해 찾던 휴양지다. 황제는 여름 내내 여기에 머물며 국사를 돌봤기에 청더는 사실상 청나라의 '여름철 수도' 였다.

황제가 머물던 저택이 '피서산장(避暑山莊)' 이다. 넓고 아름다우면서 수수한 느낌을 준다. 1703년 청나라 강희제(康熙帝)가 짓기 시작해 89년 만에 마무리한 황제의 별장은 10㎞에 이르는 성벽안으로 호수.정자.사냥터 등을 갖췄다. 절묘한 건축술 덕택인지 건물 사이를 휘감아 도는 바람이 서늘하다.

피서산장의 바깥엔 '외팔묘(外八廟)' 라고 하는 소수 민족 종교의 사원들이 호위병처럼 둘러서 있다. 1994년 유네스코는 피서산장과 외팔묘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청더는 우리와 관계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가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씌어졌다. 열하는 청더의 옛 이름이다. 연암을 비롯한 조선의 사신 일행은 1780년 피서산장에 머물던 청나라 황제를 만나기 위해 이 지방을 찾았으며 『열하일기』는 당시의 여정과 감회를 담은 기행문이다.

황제가 여름을 보내는 동안 청더엔 주변국은 물론 중국 변방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 사신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지역 유물엔 소수 민족을 끌어안으려는 청나라 황제의 노력이 배어 있다.

외팔묘 중 가장 화려한 보령사(普寧寺)와 보타종승지묘(普陀宗乘之廟)는 티베트의 종교인 라마교 사원이다. 예나 지금이나 라마교 신자가 별로 없는 이 지역에 웅장한 라마교 사원들이 자리하고 있음은 그 자신 만주족으로서 한족과 50여 소수민족을 다스려야 했던 청나라 황제들의 고민을 반영한다.

외팔묘는 티베트.한족 양식 등 다양한 건축 형태가 혼재돼 있고 비석 하나에도 한자.티베트어.만주어.몽골어 등이 병기돼 있다. 황제는 자신을 찾아온 이민족 사신들에게 이 사원들을 보여주며 화합을 추구했던 것이다.

청왕조 멸망 후 청더는 중국의 중심에서 한참 멀어진 느낌이다. 연암이 '선진 문물 가득한 곳' 으로 묘사했던 청더 거리는 오늘날 70년대의 서울 변두리를 연상시킨다.

◇ 여행 메모〓대아여행사(02-515-6317)와 팬더투어(02-777-7230)가 인천~톈진(天津)행 배를 이용해 청더와 베이징을 돌아보는 7박8일 패키지 상품을 마련했다. 청더 북부의 광활한 초원에서 승마.지프 투어 같은 다양한 레저를 체험하고 청더 시내의 얼음.눈 동굴 등 신기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뱃시간이 26시간 정도 소요되는 게 흠이지만 흔들림이 거의 없고 침대에서 쉬거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

청더=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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