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는 무슨 … 벼르던 북에 한 방 맞은 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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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주민등록상 주민은 5000여 명이지만 군인 등 유동 인구가 또 그만큼 된다. 주민들 90%가 교회·성당을 나간다. 특수한 환경은 주민들을 ‘반군사 전문가’로 만들었다. 한 주민은 “군인들은 시간이 지나면 바뀌지만 우리는 평생 보고 듣는 얘기들”이라고 했다.

이번 천안함 사고를 둘러싼 논란에 주민들은 냉소적이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또는 “뻔한 걸 가지고…”라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암초에 의한 좌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장촌리의 한 어민은 “해안에서 100m 남짓 거리에 있는 흔해 빠진 그 암초가 천안함과 무슨 상관인지”라고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대청해전 이후 벼르고 있던 북에 한 방 맞은 게지”라는 의견이 많다. 천안함이 섬과 섬 사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데 대해서도 “1200t급이 다니는 물길이 아니다”며 “북을 의식, 샛길로 피해 다니다가 당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해군 출신이라는 50대의 진촌리 주민은 “천안함이 이곳으로 15회 정도 다녔다는 것도 항로를 바꾼 지 얼마 안 됐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그는 “초계함은 보통 외해에서 섬 주변 해역에 있는 300∼500t급 소함정을 지휘한다”고 말했다.

피격 가능성을 부정하는 주민도 있다. 중화동 교회 전응류(67) 목사는 “사고 시각 백령도 신도 150여 명이 연합기도회를 하고 있었다”며 “아무도 폭발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천안함이 중화동 앞 1마일(약 1.6㎞) 해상을 다니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구조 활동에 대해서는 “물길이나 제대로 아는지…” 하고 걱정했다. 우럭이 많이 나는 사고 해역은 요즘 같은 대사리 때면 낚시도 안 나가는 곳이라고 했다. 섬 내 최고의 해녀로 꼽히는 김호순(61)씨는 “저 바다는 겉과 속이 다르다”며 “사고 직후 조금 때 구조에 나섰더라면…” 하고 안타까워했다. 천안함의 유류품이 해안으로 별로 밀려오지 않는 것도 특이한 조류 때문이라고 한다. 바다 밑 거센 물길이 바깥 바다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바다에 빠진 해병대원을 끝내 찾지 못했다고 한다.

백령도=정기환·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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