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로” “뱃길로” 부산∼후쿠오카 승객 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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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부산∼후쿠오카 노선에 투입된 에어부산 6호기(왼쪽). 오른쪽은 한·일고속여객선사인 미래고속의 코비 5호. [송봉근 기자]

부산∼후쿠오카 간 하늘 길과 뱃길의 승객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저가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이 노선에 지난 달 29일 취항하면서 초고속 여객선 운임보다 싼 항공권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취항 기념으로 9만9000원짜리 왕복 항공권을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항공권은 초고속 여객선 왕복요금 23만원의 절반 이하 가격이다. 뿐만 아니라 7일 이내에 사용할 수 있는 왕복 항공권은 19만원, 14일 이내에 사용해야 하는 왕복항공권은 21만원 부터 판매하는 등 다양한 조건의 항공권을 내놓았다. 업체별로 단체 회원에 가입하면 사용실적에 따라 요금을 할인해주는 항공권도 마련했다. 이 노선의 경우 3, 4월 두 달간 전체 좌석의 80%가 예약돼 지난해 같은 기간 다른 항공사들의 평균 탑승률 60%보다 높게 나타났다. 에어부산 조중석 상무는 “경제적인 운임과 다양한 할인상품으로 여객선에 몰려 있는 승객의 발길을 항공편으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의 저가 공세에 대해 초고속 여객선을 운항하는 미래고속은 운항횟수를 늘리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초고속 여객선 7척(코비·비틀)을 운항하는 미래고속(한국)과 JR큐슈(일본)는 해마다 비수기인 4월에 접어들면 운항횟수를 줄였다. 그러나 올해는 에어부산의 공세에 대비해 승객이 몰리는 오전·오후 시간대 운항횟수를 늘렸다. 오전에는 부산에서, 오후에는 후쿠오카를 떠나는 배편을 늘려서 하루 만에 부산에서 후쿠오카를 다녀 올 수 있도록 했다. 주중에는 하루에 왕복 8회(편도 4회), 주말에는 왕복 12회, 성수기때는 왕복 16회를 운항할 예정이다. 미래고속 안준희 기획팀장은 “운임 경쟁을 하지 않고 운항횟수를 늘려서 승객이 국제 여객선 터미날에 오면 언제든지 배를 탈 수 있는 셔틀 개념으로 운항하겠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의 부산∼후쿠오카 노선 취항은 항공기 승객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승객 점유율은 2007년 초고속선 83%(61만명), 항공기 17%(12만5000명)로 배가 크게 앞섰으나 지난해 초고속선 68%(43만명), 항공기 32%(20만6000명)로 격차가 줄었다. 초고속 여객선 운항 횟수가 많을 뿐 아니라 운항시간도 2시간 55분으로 오래 걸리지 않아 승객이 몰렸으나 항공사들이 다양한 서비스로 승객을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선은 1991년 부산∼후쿠오카 항로에 처음 취항한 뒤 인기를 끌어왔다. 2001년 이 노선에 취항하던 일본항공이 운항을 중단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 횟수를 줄일 정도로 항공사들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 하지만 10년 만에 역전되고 있는 것이다. 에어부산은 26일 부산∼오사카 노선에도 취항하는 등 저가 공세를 이어갈 계획이어서 한·일간 하늘 길과 뱃길의 승객확보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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