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Money 너 뭐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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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에요. 옛날 부산과 대전 조폐창이 있던 아파트 단지에 기념 표석을 세우러 갔습니다. 혹시 주민들이 반발할까 조심스러웠죠. 그런데 돈 공장 있던 자리라고 표식을 세운다니 주민들이 쌍수 들고 환영하는 거예요. 아파트 값도 많이 올랐다더군요. 돈은 그저 그림자만 비쳐도 복받는다 여기는가 봅니다."(한국조폐공사 마낙수 홍보팀장)

돈이란 요상한 물건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있을까. 나라 안에 종이로 된 것이 약 33억장, 쇠로 된 것이 137억개 정도 나돌고 있으니 흔해빠진 게 돈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위력을 지녔다. 오죽하면 돈이 위세를 더해준다고 해서 '돈이면 개도 멍첨지'라는 속담까지 있을까.

하지만 달리 보면 돈은 종이 위에 정교한 그림이 그려진 하나의 제품일 뿐이다. 디자인하고, 찍어 내고, 세상에 퍼뜨리고, 못쓰게 되면 폐기 처분하는 게 여느 공산품과 똑같다.

1972년 1만원짜리를 처음 디자인할 때는 종교계의 자존심 대립도 벌어졌다. 석굴암과 불국사를 모델로 견본까지 만들었다가 특정 종교색이 짙다는 항의에 부닥쳐 발행되지 못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야 세종대왕을 모델로 한 1만원권이 세상에 나왔다. 돈은 우리나라의 수출품이기도 하다. 화폐 찍을 기술이 없는 나라의 돈을 대신 찍어주는 것이다.

그저 돈타령만 말고 '제품'으로서의 돈을 찬찬히 뜯어보는 것은 어떨지. 그 안에도 돈 때문에 웃고 우는 사연만큼 많은 얘기가 담겨 있다.

글=권혁주.김필규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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