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답방 화답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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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어제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 이행과 답방 스케줄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金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두번째 일이다.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지난해 쌍방 정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의 약속사항이다. 답방은 물론 여건 성숙과 충분한 준비, 그리고 평화정착의 효율적 방안 마련 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지난해 金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남북관계를 여는 '입구' 의 역할을 했듯이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경색국면을 돌파하는 또하나의 '출구' 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답방 응답이 조속히 이뤄지길 촉구한다.

지난 3월 남북 장관급 회담이 북측의 일방적인 연기로 무산된 뒤 남북한 당국간에는 이렇다 할 접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북한 상선의 영해 및 북방한계선(NLL) 침범사건으로 새로운 긴장이 촉발되는 걱정스런 상황이다.

북측은 군사정전위 비서장급회의를 열자는 우리측 제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북측의 이런 자세는 민족의 화해.협력,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모습이라 할 수 없다.

金위원장은 5월 초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만나 미국의 대북정책이 결정된 뒤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기조가 정책에 어떤 식으로 투영될지를 보고 대남.대미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북측의 이런 관망자세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북측이 늘 주장하듯 민족문제는 남북 당사자가 자주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설사 미국의 보수정권 출범으로 남측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판단한다면 더욱 더 남북대화에 나서 경색국면을 풀어야 할 것이다.

북한 언론들은 어제도 6.15선언 이행을 강조했다. 진정으로 6.15선언을 중시한다면 金대통령의 답방 촉구에 화답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6.15선언 1년도 채 안돼 궤도에서 벗어나선 안된다. 남북 장관급 회담부터 재개해 답방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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