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따라잡기] 만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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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박형수 기자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예일초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발표했다. [김진원 기자]

실제 사례 보여주고 다양한 생각 유도

김 교사가 “만우절에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손들어 보자”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대다수 학생이 손을 들었다. 엄마에게 학원이 쉬는 날이라고 했다는 둥, 동생에게 빈 과자 상자를 주고 학용품과 바꿨다는 둥 내용도 가지가지였다. 상대를 속이려는 의도 없이 재미삼아 해본 뻔한 거짓말들이라 거리낌없이 털어놓고 서로의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김 교사는 “사실 여러분뿐 아니라 어른들도 만우절에 거짓말을 한다”며 여러 신문 기사를 보여줬다. 학생들은 러시아나 영국 언론은 만우절에 거짓말 기사를 내보낸다는 기사를 보더니 “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주은양은 “우리가 하는 거짓말은 금방 들통나는 건데 신문이나 방송에서 거짓말을 하면 여러 사람이 그대로 믿으니까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만우절마다 119로 걸려오는 장난전화에 대한 기사를 읽은 뒤엔 “나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훈군은 “119에 자꾸 장난전화가 걸려오면 진짜 사고가 난 사람이 전화를 해도 장난전화인 줄 알고 출동을 안할 수도 있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칠판에 ‘거짓말은 ○○다’라고 적고 “거짓말에 대한 생각을 담아 새롭게 정의를 내려보라”고 제안했다. 배신·혼란·비겁함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주를 이뤘다. 박상하군은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계속 불어나기 때문에 ‘눈덩이’다”라고 발표했다.

‘착한 거짓말은 해도 될까’에 대해 의견 나눠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하자 김 교사가 “거짓말을 구분해 보자”고 나섰다. “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무꾼이 사슴을 살리려고 사냥꾼에게 한 거짓말과 ‘양치기 소년’에서 소년이 마을 사람들에게 한 거짓말은 어떻게 다를까?” 학생들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거짓말은 해도 괜찮지만 상대방을 골탕먹이기 위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른 기사를 제시했다.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의 줄거리 내용이었다. 극중 할아버지가 간암에 걸렸지만 그 사실을 가족들이 모두 감추고 할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 박군은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충격을 받을까 봐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석군은 “내가 할아버지라면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며 착한 거짓말보다 진실을 말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냈다.

거짓말 안 하기 위한 방법 10계명으로 만들어

거짓말은 어떤 목적에서건 결국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는 데 학생들의 생각이 모아졌다. 김 교사는 마지막으로 중앙일보 2009년 9월 22일자 47면에 실린 ‘거짓말’이라는 기사를 나눠줬다. 영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자는 하루에 여섯 번, 여자는 세 번씩 거짓말을 한다는 결과와 함께 모든 사람이 매일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고 살아간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윤상원군은 “시험을 못 봤거나 동생을 몰래 괴롭혔을 때처럼 감추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며 “잘못을 줄이고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 거짓말할 일을 없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군은 “거짓말을 안 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짓말을 안 하려면 꾸지람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용기가 있다면 거짓말하는 대신 솔직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 교사는 학생들의 생각을 모아 ‘거짓말하지 않기 위한 10계명’을 만들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주변 사람에게 바로 알린다, 자주 하는 거짓말은 목록을 작성해서 갖고 다닌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솔직하게 잘못을 고백하면 용서해 준다’는 약속을 받는다 등이 실천 지침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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