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에이즈에 관한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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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드러내놓기 어려운 질환일수록 잘못된 상식이 많다. 지난 5일로 바이러스 발견 20주년을 맞이한 에이즈가 대표적 질환이다.

에이즈와 관련한 첫번째 오해는 감염자와 콘돔없이 성접촉을 하면 바로 감염된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 때문에 비관한 나머지 자살한 사람도 나왔다. 그러나 콘돔없는 성접촉이 바로 감염을 의미하진 않는다.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이 경우 감염확률은 1백분의1 내지 8백분의1로 본다. 따라서 한 번의 실수로 절망에 빠져선 안된다. 그러나 이 확률을 역이용하면 곤란하다.

감염확률은 횟수를 거듭함에 따라 배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회 성접촉이 1백분의1이라면 2회면 50분의1, 3회면 25분의1로 확률이 대폭 증가한다. 게다가 성병이나 항문성교 등으로 성기 점막이 헐어 있는 경우 감염확률은 서너배 이상 높아진다.

두번째 오해는 헌혈하는 척하면서 자신이 감염됐는지 확인하려는 태도다. 보건소에서 검사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다. 물론 헌혈 혈액에 대해 에이즈 검사를 거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에이즈 검사 결과는 본인에게 일절 통보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경우 고의성이 입증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세번째 오해는 칵테일요법 등 최신 약물치료에 대한 과신이다. 물론 칵테일요법을 받게 되면 혈액 중 에이즈 바이러스가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약을 끊게 되면 뇌척수액 등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나 재발할 수 있다. 약값도 만만치 않아 연간 1천만원 가까이 소요된다.

네번째 오해는 성접촉 후 3개월 지난 뒤라야 혈액검사에서 감염 여부가 밝혀지므로 3개월 이전엔 성생활을 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혈액검사에서 음성으로 나타나는 이 시기야말로 체내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가장 왕성하게 증식하므로 전염력도 가장 높다.

홍혜걸 의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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